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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의 레츠 고 9988] “프랑스·일본 출산 늘린 아동수당, 도입 여부 고민해볼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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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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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10년 동안 1·2차 저출산·고령사회대책 90여 가지에 85조원을 썼다. 3차 대책(2016~2020년)에서는 가짓수가 79개로 줄었다. 먹을 게 별로 없는 종합선물세트라는 비판을 의식해서다. 프랑스·스웨덴 등의 제도를 베꼈지만 핵심이 빠졌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게 바로 아동수당과 부모보험이다. 부모보험은 지난해 10월 새누리당이 3차 저출산 대책에 넣으라고 정부에 요구했지만 없던 일이 됐다. 육아휴직·출산휴가 수당을 고용보험에서 분리해 실제 소득의 70~80%를 지급하기 위해 만든 사회보험이다.

자녀당 평균 월 20만원씩 지급
90개국서 운영, 스웨덴선 왕자도 줘
전문가들 “저출산 이길 획기적 대책”

아동수당은 18대 국회에서 양승조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4건의 관련 법안을 발의했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이번에는 양상이 다르다. 양 의원이 20대 국회 개회 직후 법률안을 제출했고 28일 같은 당의 박광온·김병관 의원, 양향자 최고위원이 훨씬 정교한 안을 제시하고 법률안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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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국회 저출산대책 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서상목(저출산특위 자문위원장) 전 보건복지부 장관,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아동수당 도입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또 23일 국회 저출산특위 간담회에서 세부 방안을 발표했다. 천정배 국민의당 의원이 26일 방안을 제시했다. 이 교수, 박 의원, 천 의원 안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15조~27조원을 들여 출산율을 끌어올리자는 점에서 궤를 같이한다. 이 교수는 “저출산 대책에 돈을 많이 썼지만 출산율이 정체돼 있다. 명확한 정책 목표가 없고 여러 곳에 산발적으로 지원되기 때문”이라며 “이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아동수당은 소모성 비용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말했다. 그동안 전문가들이 ‘획기적 대책’을 요구해 왔는데 바로 이게 아동수당이라고 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014)에 따르면 한국의 가족(아동) 예산은 국내총생산(GDP)의 1.16%다. 33개 회원국 중 32위다. 영국(4.26%)의 27%, OECD 평균(2.55%)의 45%에 불과하다. 아동수당은 세계 90여 개 나라가 운영한다. 대개 아이당 월 20만원을 지급한다. 스웨덴은 왕자(왕세녀의 남편)도 받는다. 아동수당을 깐 상태에서 일정 소득 이하의 맞벌이 가정에 보육료를 선별적으로 지원한다. 최근 들어 재정난 때문에 영국·프랑스·일본 등이 소득에 따라 차등화했으나 기본 틀을 건드리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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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가구소득이 출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아동수당이 출산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출산이 결혼 후의 일이어서 단기적으로 효과가 나지 않겠지만 장기적 사회 투자라고 여기고 어떡하든 재원을 마련해 도입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일본은 아동수당을 도입한 뒤 연간 신생아가 1만 명(0.9%) 늘었다고 한다. 프랑스는 94년 3.7% 늘었다.

하지만 반대론도 만만찮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남유럽은 아동수당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이 오르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재인 전 한국보육진흥원장은 “재료(아동수당)가 좋다고 요리를 망치지 않는 건 아니다”며 “누리과정 예산 논란이 해결되지 않았고 보육의 질을 높이는 게 중요한데 큰돈이 드는 정책을 경쟁적으로 내놓을 때냐”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보육료·가정양육수당 등과 중복되고 ▶결혼, 일·가정 양립 지원이 우선이며 ▶막대한 재정이 드는 점을 들어 난색을 표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무상보육 해놓고 지금 와서 아동수당을 도입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돈도 문제다. 세 가지 안 모두 목적세 신설을 제안한다. 현 정부의 증세 불가 입장과 배치된다. 게다가 야당이 주도하는 게 정부·여당에 곱게 비칠 리가 없다. 전문가들은 무상보육 등을 함께 손볼 것을 제안한다. 서상목 전 장관은 특위 회의에서 “아동수당을 도입하면서 무상보육·출산장려금 등 유사한 성격의 정책을 통합해 효과를 높이면 된다”고 말했다. 이삼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화대책 기획단장도 “아동수당을 도입하려면 맞춤형 보육을 강화해 무상보육을 재구조화하는 등 다른 제도와 균형을 맞춰야 한다”며 “엄청난 돈이 들기 때문에 국민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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