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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사건 외면한 광복절 특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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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뜻하지 않은 독립기념관 화재로 중심을 잃어버린 TV의 광복절특집주간이 17일 막을 내렸다.
올해 광복절특집은 전체적으로 86, 88대회를 앞두고 어두운 「과거]는 잊자는 쪽으로 흐른 것도 문제였지만 그렇다고 「현재」조차 없어 도대체 시의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특집들이 대부분이었다.
최근의 한일관계는 몇가지 점에서 다시 갈등요소가 현재화하고있다. 예를 들면 일본 역사교과서 날조파동, 지문날인 문제, 문부파 「후지오」의 망언, 신사참배운동의 가속화등이 그것이다. 그런데도 올해 TV특집다큐멘터리물은 해방이후 자수성가한 장년들의 성공사례(K BS의 『4학년 1반, 지금 그들은』), 사치풍조나 과격 데모등을 지양해 민족정신을 찾자는 캠페인 (KBS의 『한국, 한국인』), 한국 근대사의 「이론적」소개 (MBC의 『강상토론』), 국사편찬위원회의 활동소개(MBC의 『신한국사의 현장』)등에만 머물러 한일간 현안문제하나 건드리지 못하는 「한가로움」만 보여주고 말았다.
또 한일관계를 제쳐두고라도 「진정한 의미의 광복」을 위한 남북통일, 민주헌정, 외교권강화등의 과제 역시 거의 취급하지 못했으며 민족정신의 재점검이란 측면에서 호재였던 독립기념관 화재사건 역시 외면하고 말았다.
다큐멘터리에 비해 드라머쪽은 그런대로 수작들이었다. 무엇보다도 한 여인의 기구한 일대기 속에 동학혁명등 민중봉기를 흡수한 MBC의 2부작드라머 『생인손』이 돋보였다.
연출가 박철수의 섬세하고 강렬한 전개, 90대 노인의 특수분장, 팜미적인 4계절 영상, 한애경을 비롯한 전연기자들의 열연, 드라머의 장류를 흐르는 역동적 한과 인간본성에 대한 집요한 해부, 정교한 복선과 사건발생의 적확성등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
MBC-TV의 또다른 역작 『그의 아내』역시 윤봉길의사의 부인 배용순여사를 주인공으로 세운 참신한 기획이 돋보였고 특히 「농민과 노동자의 생존권」을 부르짖었더 윤의사의 『농민독본』, 월진회창립, 『너희들이 피와 살이 있거든 반드시 용감한 애국투사가 되라』는 마지막 편지등을 극화한 것은 드라머의 진지성을 높여 주었다.
KBS의 3부작 드라머 『고향을 어이 잊으리까』는 중후한 연출, 뛰어난 촬영술, 비장미의 극치를 이룬 음악등에선 나무랄 데 없었지만 지나치게 불필요하고(특히 3부) 길이만 늘린 듯한(임진왜란 장면의 잦은 남용등)부분이 많았다. KBS가 고질적인 대작 콤플렉스를 벗어나 목적성과 과시욕을 절제했더라면 『고향을‥‥』은 훌륭한 드라머가 됐을 것이다. <기형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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