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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당끼리…김영우 국방위원장 감금 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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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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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이틀째 국정감사를 보이콧하고 있는 새누리당 내부에서 27일 파열음이 나왔다.

새누리당 김무성 등 국감 참석 막아
표창원 “감금” 신고, 경찰 출동할 뻔
김 위원장 “전쟁 나도 국방위 열려야”

새누리당 소속인 국회 국방위원회 김영우(사진) 위원장이 이날 합동참모본부에서 예정된 국정감사를 정상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나서면서였다. 이를 만류하는 동료 의원들이 김 위원장의 출석을 막으면서 ‘감금 소동’까지 벌어졌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새누리당 소속 국방위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저는 오늘 오후부터 국정감사에 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정 의장을 비판하면서도 “국정감사는 국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라며 “북한의 위협이 한층 가중되고 있는 상태에서 국방위의 국정감사마저 늦추거나 하지 않는다면 이 나라가 어떻게 되겠느냐”고 말했다.

그러자 강석호 최고위원과 김성태 의원 등이 국방위원장실로 찾아가 김 위원장을 막고 나섰다. “김형!” “너를 위해 막는 거야!”라는 고함소리가 위원장실 밖으로 흘러나왔다. 김성태·황영철·김도읍·주광덕·경대수 의원이 위원장실에서 “당론을 따르라”며 설득했다. 김무성 전 대표도 위원장실로 들어갔다가 5분여 후 굳은 얼굴로 나왔다. 위원장실 안에선 “놔두세요 좀. 개혁개혁 하면서 말야”라는 김 위원장의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이 와중에 김 위원장이 “제가 지금 국방위원장실에 갇혀 있다”는 내용의 문자를 국방위원들에게 다시 보냈다. 이 소식을 접한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실에서 “김 위원장이 감금됐다”고 112에 신고를 했고 이에 경찰이 출동하려 했지만 김 위원장 측이 “허위신고다. 경찰 출동을 원치 않는다”고 해 해프닝은 끝이 났다.

결국 이날 국방위 국감은 열리지 못했다. 국감이 오후 2시에도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자 더민주 이철희 간사는 “ 국감을 해보려고 했지만 여당의 비협조로 도저히 끌고갈 수 없는 상황”이라며 철수했다.

오후 3시가 넘어서야 새누리당 의원들이 철수했다. 김 위원장은 “국방위원회는 열려야 한다는 게 제 소신”이라며 “ 국회 국방위원회는 전쟁이 나더라도 열려야 한다는 게 내 소신이다. 1초, 1분도 국방은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야3당 국방위원들은 성명을 통해 “김 위원장을 감금해 국감 참여를 막는 행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국회법 위반”이라며 김 위원장의 참석이 어렵다면 위원장 직무를 더민주 간사가 대리하게 해줄 것을 요청했다.

새누리당 조경태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기재위도 국감을 정상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 조 의원 측은 "28일 오전 여야 간사를 소집해 국감 재개를 논의할 것”이라며 "간사 합의가 되면 바로 국감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충형 기자 ad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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