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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문제, 관심 가질 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요즘은 환갑잔치가 쑥스러워 끝내 사양하는 노인들이 많다. 일본에선「60노인」이라는 말이 어색하여「실 년」이라는 새 말까지 만들어 쓴다.
어제 발표된 우리나라 85년 인구센서스보고를 보면 그런 얘기들이 남의 나라 일일 수만은 없다.
전국에 80세 이상 고령자가 19만 명을 넘어섰는데 이는 5년 전 조사 때보다 11·6%가 증가한 수치다.
평균수명이 70세를 육박하고 있고 65세 이상 노령인구 비율은 4·2%에 가깝다.
물론 평균수명이 70세를 훨씬 넘고 고령인구가 10∼15%에 이르고 있는 스웨덴,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는 못 미치나 우리나라도 고령사회를 향해 가고 있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이런 현상은 더없이 반가운 일이긴 하지만 이에 따른 문제점도 알아두어야 한다.
첫째, 노인성 질환문제다. 수명연장은 노화현상 자체의 중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노인이 되면 신체기능이 퇴화돼 순환기계통의 작용이나 시력 및 신경기능이 저하됨으로써 뇌혈관질환, 신 경제질환, 치매(치과)증 등 각종 질환과 우울·망상·고독감 같은 정신질환이 심해진다.
대가족 제도가 존중되던 시절에는 노인공경사상이 높아 이런 문제들이 외부로 노출되는 일이 적었으나 오늘날에는 그것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무허가 기도원 같은데서 학대받고 있는 노인들이 그 극단적인 실례라 할 수 있다.
둘째, 노인들의 주거문제다.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노인들의 83%가 자식·손자 등 가족과 함께 살기를 원한다. 그러나 실제는 절반정도가 이러한 소망을 이루고 있으며, 30만 가구 50만여 명의 노인들이 혼자 또는 노부부 단둘이 살고 있다. 가족구조의 핵 화 현상의 결과다. 자손과 함께 산다고 해도 대부분의 노인들이 소외되어 고독감에 빠져 있다.
셋째, 55∼60세에 정년을 맞는 노인 아닌 노인들이 직업생활을 그만두고 나면 갑자기 할 일이 없어지는 것도 큰 문제다.
오랜 직장생활에서 얻어진 숙련된 경륜이나 기능이 그대로 사장되는 것도 사회적 손실이지만 개인적으로 받는 거세 감이나 상실감 또한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준다. 금전적 수입은 고사하고 사회적 소속감의 상실은 정서의 불안과 정신질환으로까지 진전될 우려를 준다.
고령화사회의 노인문제 그가 소속된 가정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은 선진국의 예들이 이미 입증하고 있다.
따라서 노인성 질환의 기초적 연구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 있어야 하며 노인진료나 보호시설에 대한 투자가 확대돼야 할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10년 전에 국립노화연구소가 설립됐고, 영국, 프랑스, 서독 등에서도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전국 58개 양로원에 수용된 노인은 4천3백 명에 불과하고 해마다 1천8백여 명의 입원 희망자가 나오고 있으나 이들을 받아들일 시설은 태부족한 실정이다. 공공시설의 확충과 함께 사설 유료양로원의 설립운영도 적극 권장해야 할 것이다.
핵가족이 부모를 부양할 수 있는 다세대 동거용 가옥구조도 연구돼야 하며, 정년퇴직자에 대해 일할 기회를 마련하는 일도 서둘러야 할 과제다.
고용·소득·건강·복지·생활환경 등 모든 사회제도는 평균수명, 50세 정도에서 제정된 구 태를 과감히 탈피하여 현실에 맞게 개선되고 조정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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