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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정치생명 잃든지, 목숨 잃든지 끝까지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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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오른쪽)이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야당 의원들은 국감 시작에 앞서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김 장관에게 “국무위원 자격이 없다”며 오전 내내 이준원 농식품부 차관(왼쪽)에게 질의를 했다. [세종=오종택 기자]

26일 오후 국회 새누리당 대표실이 단식농성장으로 변했다. 바닥엔 황토빛 매트가 깔렸고 점퍼 차림의 이정현 대표는 신발을 벗고 그 위에 앉았다. 바로 옆에는 헌법·국회관계법이 수록된 소책자가 놓여 있었다. 이 대표는 침통한 표정으로 이따금 고개를 푹 숙였다. 의원총회에 참석 중이던 의원들이 몰려와 이 대표를 격려했다. 민경욱 원내대변인의 선창으로 “의회주의 파괴한 정세균 물러나라” “이정현 대표 힘내라” 등의 구호도 함께 외쳤다. 이 대표는 “어영부영하려면 시작도 안 했다”고 말했다.

◆극한 투쟁 나선 새누리당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로 촉발된 국회 마비 사태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새누리당은 정세균 국회의장, 야당과의 대화 창구를 닫고 이 대표의 단식 등 벼랑 끝 공세를 시작했다.

정세균 “맨입으로 안 돼” 녹취록에
여당 “해임안 처리에 정치적 목적”
정 의장 “표결처리 안타까움 표현”

앞서 열린 의총에서 이 대표는 “정 의원이 국회의장직을 사퇴할 때까지 무기한 단식농성을 오늘부터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원내부대표를 맡고 있는 지상욱 의원은 기자와 만나 “한 사람(정 의장)이 정치적 생명을 잃든지, 한 사람(이 대표)이 목숨을 잃든지 끝까지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는 이날 오전 11시40분 김무성 전 대표를 시작으로 129명 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1인 릴레이 피켓 시위를 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어 최고위를 ‘정세균 사퇴 관철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기로 했다. 민 대변인은 “위원장은 조원진 최고위원이 맡았고, 매일 회의를 열기로 했다”고 전했다.

새누리당이 당 대표의 단식이란 극단적 투쟁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뒤늦게 공개된 정 의장의 ‘본회의장 발언’ 때문이다. 해임안 표결이 진행 중이던 지난 24일 새벽 정 의장이 마이크가 켜져 있는 줄 모르고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나눈 대화 파일이 이날 공개됐다. 파일에는 “세월호(특조위 기간 연장)나 어버이(연합 관련 청문회) 둘 중에 하나를 내놓으라 했는데 안 내놔. 그래서 그냥 맨입으로…. 그러니까 안 되는 거야 지금”이라고 말하는 정 의장의 목소리가 담겼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명색이 국회의장이 ‘맨입’ 운운하며 온 국민이 보는 앞에서 국민과 헌법을 우롱하고 조롱했다”며 “명분 없이 야당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장관 해임건의안을 처리했다는 것을 스스로 고백한 것으로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민주는 국감 강행으로 맞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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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정 의장은 새누리당의 공세에 꿈쩍하지 않고 있다. 그는 이날 기자들이 ‘이 대표가 정 의장이 사퇴할 때까지 단식하겠다고 한다’며 입장을 묻자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은데…”라며 웃음을 보였다. 정 의장은 논란이 된 대화 내용에 대해선 “여야 간 협상과 타협이 이뤄지지 않고 해임건의안이 표결로 처리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 의장은 이날 오전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와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을 불러 국감을 2~3일 늦추자고 제안했다. 정 의장은 “반쪽짜리 국감을 그냥 진행하는 것보다는 연기하는 게 낫지 않느냐”는 취지로 이같이 제안했다고 박 비대위원장이 전했다.

그러나 더민주는 국감 강행으로 맞불을 놨다. 더민주는 “우리가 해임건의안을 내며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 문제를 제기하니 새누리당에서도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의 국감 출석을 온몸으로 막으려고 강경 행보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권에선 김재수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국민의당 박 비대위원장은 “현재 의석대로라면 장관 탄핵소추안 제출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장관 해임건의안 의결 요건은 장관 탄핵소추 요건과 같다”고 압박했다.

글=박유미·이지상 기자 yumip@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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