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팸 문자 규제했더니 스팸 전화가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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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강일구]

정부가 스팸 문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이후 스팸 전화 건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미래창조과학통신위 문미옥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올해 불법스팸대응센터에 접수된 음성(전화)·문자 스팸 신고 건수는 8월 말 기준 1754만 건으로 나타났다. 스팸 문자 신고는 2013년 2087만 건에서 올해 506만 건으로 75% 줄어든 반면 스팸 전화에 대한 신고는 2013년 88만 건에서 매년 급증해 올해는 1248만 건에 달했다. 3년 새 14배가 늘어난 셈이다.

정부는 2014년 광고 문자와 메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 위해 정보통신망법을 개정했다. 이후 사전에 수신 동의를 거친 경우에만 광고성 정보를 전송할 수 있게 됐다. 이동통신사들도 지능형 차단 시스템을 도입해 스팸 문자 차단을 강화하고 나섰다. 이동통신 3사가 차단한 스팸 문자는 지난해 15억6150만 건, 올해는 지난달까지 10억8967만 건에 달한다.

이동통신업계는 이런 규제 강화에 대한 반작용으로 스팸 전화가 급증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스팸 전화의 경우 증빙 자료가 충분하지 않아 제재에 나서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개선권고나 과태료 처분을 하려면 증빙 자료가 있어야 하는데 광고 전화에 대한 녹취 자료를 확보하기 어려워서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스팸 전화를 줄이기 위해서는 수신자가 번거롭더라도 녹취를 하고 신고를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문미옥 의원은 "공공기관과 이통3사가 스팸 전화를 줄일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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