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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검찰에 다시 포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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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대철(鄭大哲) 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25일엔 민주당 이상수(李相洙)사무총장이 정대철 대표를 거들었다. 다만 李총장은 청와대가 아닌 검찰을 겨냥했다. 이 점에서 전날 鄭대표의 청와대 문책 요구와 차이를 보였다.

李총장은 이날 "무소불위인 검찰을 견제하기 위해 검찰총장을 9월 정기국회부터 국회에 출석시키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鄭대표가 검찰의 감정적 행보에 불만이 많은데, 나도 동감한다"며 "검찰총장이 국회에 나와서 검찰행정 전반에 대해 보고하도록 하고 잘못이 있으면 따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장.국세청장.경찰청장도 나오는데 검찰총장만 못 나올 이유가 뭐냐"고 했다.

李총장은 DJ정부 때 민주당이 총장 출석에 반대했던 것에 대해서는 "당시는 법무장관이 검찰권을 확실하게 관할했지만 요즘은 장관이 검찰을 통제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국회가 검찰의 직접 통제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제 분위기가 무르익었고, 야당의 협조만 얻으면 되는 만큼 강력하게 밀어붙일 것"이라고도 다짐했다.

鄭대표도 기자와 만나 검찰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검찰은 윤창열씨가 대선 직전 나에게 1억5천만원을 줬다고 주장하는데 나는 2억원을 받았다고 하니, 도대체 줬다는 액수보다 받았다는 액수가 많은 게 말이 되느냐. 이게 바로 검찰수사가 짜맞추기라는 증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鄭대표 주변에서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법무부.검찰을 담당하는 박범계(朴範界)비서관이 굿모닝 사건 주임인 서울지검 여환섭(呂煥燮)검사의 연세대 법대 2년 선배인 데다 이광재(李光宰)국정상황실장 또한 朴비서관의 2년 선배인 점을 지적하고 있다.

鄭대표는 문재인(文在寅)민정수석을 만나서도 이런 의구심을 전했으며, 이후 "文수석이 내가 아는 것의 절반도 모르고 있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鄭대표 측은 이 때문에 신주류 핵심으로 청와대와 교감을 갖고 있는 李총장의 지원을 받고는 적극 반기는 표정이다.

대신 鄭대표는 이날 청와대 공격은 자제했다. 순망치한(脣亡齒寒.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이란 표현을 써가며 유화 제스처를 보였다. "청와대와 여당은 입과 입술 같은 존재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마당에 청와대 조직을 재정비해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鄭대표가 청와대를 우회하고 검찰을 공격하는 당초 입장으로 되돌아가면서 향후 전망은 유동적이 됐다. 그러나 "鄭대표가 하루에도 몇번씩 마음이 바뀌고 있다"는 얘기가 주변에서 나오고 있어 또다시 청와대를 공격하고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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