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말 털어놓고 모든 소리 들어야"|국회 「헌특」이끌 채문식 위원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국민의 기대는 너무 크고, 장애는 첩첩이라 어깨가 무겁다는 것 외에는 할말이 적당치 않습니다.』
국회개헌특위가 발족한 30일하오, 채문식 위원장은 연신 줄담배를 피워대면서 험난한 앞날을 걱정하고 각오를 피력했다.
-과연 헌특이 합의개헌을 이룩해 내겠느냐고 걱정하고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도 많은데 어떻게 보십니까.
『합의에 임하는 여야의 견해차가 너무 커 그런 걱정이 나오는 것을 잘 알고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여기서 합의개헌을 이끌어 내지 못하면 정국의 앞날이 얼마나 어지러워질 것인가를 여야가 모두 잘 알고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결국 파국을 피하려면 합의개헌을 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란 얘기입니까.
『그렇지요. 여야지도자와 헌특 위원들은 이성을 가지고 눈앞의 사대를 냉철히 봐야합니다. 정파나 개인의 이익이 국민의 여망에 얼마나 부응하는지를 먼저 살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야는 인도를 찾아 떠나는「콜룸부스」의 심경에 서야합니다. 노를 젓고 끊임없이 비바람과 싸우다보니 인도가 아닌 아메리카 신대륙이 발견된 것 아닙니까.』
-여야가 각기 내각책임제와 대통령 직선제를 향해 떠나지만 부딪쳐 협상하다보면 제3의 제도가 발견될 수 있을 것이란 뜻입니까.
『역대 우리의 헌법은 모두 내각책임제와 대통령 중심제의 선상에 있었을 뿐이지 한번도 절충형제도가 아니었던 적이 없었습니다. 모든 정치제도가 한쪽만 1백% 옳은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장점이 단점일수도 있다는 원리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당장 여야의 기세로 봐서야 그 같은 양보와 타협이 가능하겠습니까.
『물론 어렵지요. 그러나 해내야 합니다. 조국의 진운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질 것이 뻔한 국면을 자초할 정치인은 없을 것입니다. 인내를 갖고 협상하고 양보해야 합니다.』
-여야가 모두 헌특에서 문제를 해결해보겠다는 자세보다는 헌특을 통한 자기 주장의 홍보전에 주력할 것 같은 인상을 주고있지 않습니까.
『그런 측면을 부인하기는 어렵지요. 그러나 이제 대통령제와 내각책임제중 어떤 것이 더 낫다는 식의 논쟁에는 국민들이 식상해 할 것입니다』
-신민당에서는 벌써『직선제 주장은 시끄러운 소리』라고 한 채 위원장의 전주발언을 문제삼을 태세던데요.
『나와는 50년 친구인 박용만 의원이 앞장서 그런 소리를 하는 모양이더군요. 분명히 말하건대 나는 국회 헌특 위원장이자 민정당 헌특 위원장입니다. 내가 민정당에서 말한 것은 야당이 직선제만이 민주주의라고 하길래 다른 민주주의도 많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노력의 일환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내가 내각책임제를 직접 거론한 적은 없으며 앞으로 국회 헌특에서 사견을 고집할 생각도 없습니다』
-원래 야당출신이라 신민당의 내부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실텐데요.
『잘 알지만 언급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다만 어느 계보든 국민의 여망인 합의개헌이 자기들 때문에 안되었다는 소리를 듣고싶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것이 내가 장래를 낙관하는 한 요인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타협과 비 타협으로 세가 양분되었을지 모르지만 시간이 갈수록 타협 쪽이 지지기반을 넓혀갈 것입니다. 야당의 움직임을 견제하는 것은 바로 여론의 추세이기 때문입니다.
감성에 의지한 장외의 헌법논의가 국회내의 이성적 논의로 바뀌면 합의개헌의 당위성은 높아지리라 확신합니다』
-신민당이 헌특에서 사면·복권 등 정치공세를 펴고 새 학기에 재야의 움직임이 격화하면 양상이 달라질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그럴 경우를 충분히 예상합니다. 파란과 곡절이 무수할 것입니다. 헌특이 깨질 듯 말듯할 위기를 점치는 사람이 많은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헌특을 만든 기본정신이 살아있고 운영의 묘를 살릴 수 있다면 극복되리라 봅니다.』
-구체적으로 운영의 묘란 무엇입니까.
『모든 걸 합의제로 운영한다는 뜻입니다. 기왕에 나올 수 있는 얘기를 억지로 안나오게 막지는 않겠습니다. 회의실을 넓은 참의원 회의장으로 잡은 것도 많은 사람이 와서 들으라는 취지입니다. 국가의 전기를 만드는 회의인 만큼 모든 소리를 털어놓고 모든 말을 듣는 것 자체가 중요합니다.』
-아직 당안도 내놓지 않은 민정당이 헌특에는 적극적인 것을 놓고 야권은 무슨 꿍꿍이속이 있는 것이 아니냐고 의심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헌정사상 집권자가 그만하고 물러나겠다면서 개헌에 임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입니다. 정부·여당이 개헌주장을 수용하고 국회에서 합의하자고 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 아닙니까. 여당이 이처럼 신축성을 갖고 마음을 비우니까 구습에 익숙한 사람들은 우선 놀라고 한편으로 꿍꿍이속이 있다고 의심하는 것이겠지요. 개헌환경으로 말할 것 같으면 진일보가 아니라 진백보입니다.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국민모두가 냉철한 격려와 채찍을 보내야 합니다.』
-공청회 등 특위 운영절차는 순조롭게 진행될까요.
『각기 중진으로 구성된 여야간사들이 알아서 처리하리라 믿으며 가급적 사소한 문제로 다투거나 잡음을 내지 않을 작정입니다』 <전육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