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이 미래다] 독감백신 수출 기록 해마다 경신 … 국내 점유 1위 넘어 세계 무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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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까지 녹십자의 독감백신 해외 누적수주 액은 1억5000만 달러를 넘어 섰다. [사진 녹십자]

녹십자는 지난 2009년 국내 최초로 독감백신을 개발해 백신 주권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 기여했다. 녹십자는 독보적인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내수시장을 넘어 4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 독감백신을 1000억원대의 주력제품으로 올려놓았다.

녹십자

녹십자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싱글도즈(1인용 바이알)와 멀티도즈(10인용 바이알) 독감백신의 사전적격성평가(PQ)를 인증 받아 국제기구 입찰 참여 자격을 확보한 이후 해마다 독감백신 수출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수출 첫해인 2010년 550만 달러 정도였던 독감백신 수출은 지난해 4800만 달러를 기록하며 5년 만에 9배 가까이 성장하는 기염을 토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독감백신 해외 누적 수주액은 1억5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더욱이 세계 최대 백신 수요처 중 하나인 범미보건기구의 입찰시장에서 다국적제약사를 제치고 독감백신 부문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부터 다수의 국내 업체들이 차세대 독감백신인 4가 독감백신 출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제약기업 최초로 4가 독감백신의 품목허가를 획득한 녹십자는 국내 독감백신 1위 업체로서의 명성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4가 독감백신은 A형 독감 바이러스 두 종류와 B형 독감 바이러스 두 종류를 모두 예방할 수 있는 차세대 백신이다. 녹십자는 지난 7월, 4가 독감백신 중에서는 처음으로 국가출하승인을 받으며 본격적인 준비작업에 착수한 데 이어 최근 전국 12개 도시에서 론칭 심포지엄을 성황리에 마쳤다.

안전한 유정란 배양방식으로
국내 최초로 품목허가 받아

4가 독감백신의 경쟁이 본격화되는 올해, 후발주자가 다른 배양방식으로 도전장을 내밀고 있지만 녹십자는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녹십자는 독감백신을 전통의 유정란 배양방식으로 제조한다. 작년 독감 시즌 기준으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공개된 22종류의 소아용 및 성인용 독감백신 중 20개 제품이 유정란 유래 독감백신이고 나머지 2개 제품은 세포배양방식과 유전자재조합방식이다. 녹십자와 유수의 글로벌 백신제조사가 유정란 배양방식을 유지하는 이유는 오랜 기간에 걸쳐 생산이 최적화된 데다 충분한 안정성을 확보한 기술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독감백신 제조사가 WHO로부터 받아오는 독감백신 시드 바이러스 공정에도 유정란이 쓰인다. 유정란 배양방식의 독감백신 속 난알부민 함량은 알레르기 유발 함량에 훨씬 못 미친다. 또 소량의 항생제가 배양 초기에 사용되지만 제조과정에서 검출 기준치 이하로 거의 모두 제거된다.

독감백신의 경우, 바이러스 권장에서 독감 시즌까지 통상 7개월 정도로 여유 있는 생산기간이 주어진다. 녹십자의 경우 북반구와 남반구의 각각 다른 독감 유행 시기로 인한 연중 수출로 지속적으로 유정란을 확보하고 있어 수급 문제 염려도 없다.

녹십자는 올 초에 수출 주력용으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싱글도즈와 멀티도즈 등의 제형으로도 4가 독감백신 허가를 받았다. 녹십자가 독감백신을 여러 제형으로 개발하는 이유는 내수와 수출 시장 환경에 따른 맞춤형 전략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녹십자가 수출하고 있는 3가 독감백신의 제형도 국내 시장에서 널리 쓰이는 프리필드시린지가 아닌 싱글도즈와 멀티도즈 바이알이다. 특히 멀티도즈 바이알 제형은 유통 편의성과 가격 경쟁력 때문에 싱글도즈보다 더 많이 수출된다.

녹십자는 올해 내수시장 공략뿐 아니라 수출 주력 제형으로 4가 독감백신의 세계보건기구(WHO) 사전적격성평가(PQ) 인증을 획득해 글로벌 독감백신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녹십자 관계자는 “독감백신을 1억 도즈 넘게 생산, 판매하면서 국제적으로 백신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증받았다”면서 “이미 독감백신을 30여 개 국가에 수출하고 있는 만큼 글로벌 독감백신 시장점유율을 더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수 객원기자 kim.se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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