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계속되는 ‘토종벌 에이즈’ 낭충봉아부패병…충북 양봉농가 대책촉구 벌통 화형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사 이미지

20일 오전 충북 충주시 신니면에서 한국한봉협회충북지회 회원들이 낭충봉아부패병에 걸린 벌통 800여 개를 태우고 있다. [사진 한봉협회 충북지회]

‘토종벌 에이즈’라 불리는 낭충봉아부패병에 피해를 입은 농가들이 정부에 대책을 촉구하며 벌통 수백 개를 불에 태웠다.

사단법인 한국한봉협회 충북지회는 20일 오전 충주시 신니면에서 회원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낭충봉아부패병에 걸려 폐사한 토종벌통 800개를 소각했다. 이들은 벌통 화형식에서 “토종벌이 복원되지 않고 계속해서 죽는 원인은 낭충봉아부폐병 방역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근본적인 방역대책 마련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봉협회에 따르면 2010년 전국 토종벌의 98%에 해당하는 42만2380여 통의 벌이 이 병에 걸려 폐사했다. 이후 농식품부는 토종벌 종보전 증식사업과 방역약품지원, 토종벌증식관리 시스템 도입 등 복원대책을 추진했다. 지난해까지 31만7000여 통의 벌을 살리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토종벌 복원률은 제자리다. 한봉협회가 밝힌 2016년 전국 토종벌 사육현황은 약 1만 여 통이다. 지난 3월부터 1만 여 통을 시작으로 증식에 시도했지만 지난달 벌통 수 역시 1만통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동안 6000여 개의 벌통에 낭충봉아부폐병이 발생해 토종벌 수가 늘지 않은 까닭이다. 충북지역에서는 2375개의 벌통을 3월에 키워 현재 2000여 개의 벌통만 남았다. 제대로 증식됐다면 9만 여 통이 돼야 한다.

한봉협회 회원 김대립(42)씨는 “토종벌이 계속 죽는 것은 낭충봉아부패병 방역의 기본이 되는 바이러스 감염원 차단 방역 대책이 없기 때문”이라며 “벌이 날아다니기 때문에 이동제한 조치로는 소용이 없다. 감염 벌통을 소각 처분해 감염원을 없앤 후 체계적인 예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봉 충북지회 낭충봉아부패병이 발생한 벌통을 살처분 대상 질병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농림축산식품부는 ‘가축전염병 예방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낭충봉아부패병을 살처분 대상 질병에 포함시켜 양봉농가들이 적극적으로 방역에 동참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낭충봉아부패병은 꿀벌에 생기는 바이러스 질병으로 애벌레나 다 큰 벌의 소화기관에 침투해 병을 일으킨다. 감염된 벌이나 애벌레는 몸체가 부풀면서 죽는다. 검역검사본부에 따르면 감염된 애벌레 한 마리가 큰 벌 10만 마리를 감염시킬 수 있다는 경고도 있다.

한편 충북도는 이달부터 11월까지 충북에서 사육되는 벌통을 대상으로 낭충봉아부패병 감염 여부를 전수조사하고 벌통 소각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을 농식품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충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