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청와대 "후속탄 막아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전날 민주당 정대철 대표에게 '기습'을 당했던 청와대는 25일 시종 어수선했다.

일단 2탄을 차단하기 위해 鄭대표 측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 내면에선 유사한 사례를 찾기 힘든 여당과 청와대의 대치로 팽팽한 긴박감이 감돌았다.

최근 鄭대표와 회동했던 문재인(文在寅)민정수석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윤창열 게이트에 대한 검찰수사와 관련, "특별히 말할 게 없다"고 했지만 곤혹스러운 것 같았다.

'청와대가 검찰수사에 여전히 개입할 수 없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文수석은 "이 시점에 와서 어떻게 '법과 원칙'을 강조하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일부 언론이)鄭대표를 만났을 때 법과 원칙을 얘기했다고 보도했는데, 답답한 분 앞에서 내가 법원칙을 얘기했겠느냐"고 말했다. 검찰의 엄정수사는 그동안 청와대의 모범답안이었으나 기류가 변했다.

鄭대표 측이 퇴진 요구의 다른 한쪽 대상으로 꼽은 '386 3인방'은 일제히 기자들과의 접촉을 끊었다.

민주당 안희정(安熙正)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은 이날 지리산으로 휴가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 기자에게 신주류 중진 명단을 확인해 줬다는 의혹의 대상이 된 박범계(朴範界)청와대 민정2비서관의 휴가도 길어지고 있다.

이광재(李光宰)국정상황실장은 여전히 전화를 받지 않고 있다. 주변에서 전하는 바에 따르면 이들은 일단 시간을 벌어 냉각기를 가지면서 당쪽을 무마하기 위해 노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安부소장과 李실장은 긴밀히 연락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도 불만은 상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음모론 자체가 자신들을 치기 위한 음모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파문의 확산을 우려해 입장 표명은 꺼리는 것 같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신주류 강경파, 속칭 탈레반 3인방인 천정배(千正培).신기남(辛基南).정동영(鄭東泳)의원의 움직임에 여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鄭대표의 퇴진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관망으로 돌아섰다고 한다. 만일 이들이 여권의 내분 사태에 대한 문책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하면 사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상황이 장기화될 것이란 점도 청와대의 고민이다. 鄭대표의 체포동의안이 본회의에 회부, 통과될 가능성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통과되면 되는 대로 여권엔 대폭발이 오면서 통제불능 상태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검찰에 제동을 걸 수도 없다.

유인태(柳寅泰)정무수석은 기자들에게 "검찰이 요새 간덩이가 부었잖아"라고 했다.

강민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