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에 파생상품까지…달러에 몰리는 돈돈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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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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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화 예금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달러 관련 금융투자 상품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달러화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주를 이루고 있어서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달러화 가치의 향배에 쏠려 있다. 과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기준금리를 올릴 것인가. 달러 강세가 당분간 지속할 것인가. 전문가들은 투자가 지나치게 한쪽으로 쏠리는 건 위험하다며 신중한 접근을 하라는 주문도 잊지 않는다.

달러화 예금 두달 새 27% 급증
최근 원화가치 하락 환차익 쏠쏠
미국 금리인상 가늠 지표 엇갈려

1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말 현재 국내 거주자의 개인 달러화 예금 잔액은 89억1000만 달러로, 8월 한 달 동안 8억1000만 달러가 늘어났다. 8월 개인의 달러화 예금 증가액은 8월 전체 달러화 예금 증가액(11억8000만 달러)의 70%에 가까운 금액이다. 달러화 예금은 앞서 7월에도 10억900만 달러가 늘어 월간 기준 사상 최대폭의 증가액을 기록했다. 두 달 동안의 증가액만 19억 달러, 증가율은 27%에 달한다. 달러화 예금 전성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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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화 예금 급증의 원인은 한동안 이어졌던 달러화 약세, 원화 강세 현상이다. 6월27일까지만 해도 달러에 대한 원화가치는 1182.3원이었지만 이후 원화가치가 오르고 달러화 가치가 내려가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지난 9월7일에는 1090원에 도달했다. 쉽게 말해 달러 값이 저렴해져서 동일한 액수의 원화로 더 많은 달러화를 살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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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재화와 마찬가지로 달러화 역시 쌀 때 샀다가 가격이 오를 때 팔면 차익을 남길 수 있다. 환차익을 노린 투자수요가 몰리면서 달러화 예금이 증가한 이유다. 환차익에 대해서는 세금도 부과되지 않는다. 달러화 예금의 형태로 사면 약간의 이자를 함께 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달러 표시 환매조건부채권(RP), 달러에 대한 원화가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및 기타파생결합사채(DLB), 달러회사채펀드, 달러선물 상장지수펀드(ETF) 등 투자상품의 형태로 달러화에 투자할 수도 있다.

현재까지는 달러 매수자들의 노림수가 먹혀든 분위기다. 9월7일 이후 달러에 대한 원화가치는 계속 하락해 추석 연휴 직전이던 13일 1118.8원까지 하락했다. 환전수수료 등을 감안하지 않고 기준환율로 단순 계산해본다면 9월7일 1090만원을 주고 1만 달러를 산 사람은 13일 종가에 전부 팔았을 경우 1118만8000원을 받을 수 있었다. 일주일만에 28만8000원의 환차익을 올리는 셈이다. 달러화 강세 현상은 더 이어질 전망이다. 추석 연휴 직전인 12일(현지시간) 95.08이던 달러인덱스가 16일 96.1까지 뛰어오르는 등 달러화가 연휴 기간에도 강세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최근의 달러화 강세는 Fed의 금리인상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Fed 이달 20~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금리인상 여부를 논의한다. 9월 금리인상설은 재닛 옐런 Fed 의장이 지난달 26일 “Fed는 금리를 인상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최근 몇 달간 금리인상을 위한 여건이 강화했다”고 밝히면서 급부상했다. 이후 발표된 미국의 고용지표 등 각종 경제지표의 부진으로 가능성이 작아진 것으로 치부됐지만 최근 들어 또다시 힘을 얻고 있다.

금리인상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들은 엇갈린다. 지난 주말 발표된 미국의 물가지표 상승폭은 시장의 예상치를 웃돌며 9월 금리인상 가능성에 힘을 보탰다. 8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1.1% 상승해 전문가들의 예상치(1.0%)를 웃돌았다. 에너지와 식품 부문을 제외한 근원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2.3%로 7월(2.2%)보다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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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8월 산업생산과 소매판매는 각각 0.4%, 0.3% 감소했다. 산업생산은 시장 전망치(0.2% 감소)에 미치지 못했고, 소매판매는 5개월 만에 감소세였다. 9월에 금리가 동결되더라도 12월에는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되는 분위기다. 외신 등에 따르면 의결권이 있는 FOMC 위원 10명 중 8명이 ‘연내 금리인상’ 의견을 표명한 상태다.

미국 금리인상은 달러화 강세로 이어져 달러 값을 띄우는 요인이 된다. 달러 값이 비싸지면 달러 값이 저렴할 때 달러화 예금에 가입한 고객은 환차익을 올릴 수 있게 된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신중한 투자를 주문하고 있다. 오문숙 KEB하나은행 투자상품서비스부 차장은 “현재 달러 가격이 저렴한 편이긴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언제라도 급등락할 수 있다”며 “미국 금리인상이 완만한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보여 장기적으로 접근하면서 저가 매수의 기회가 있을 때 조금씩 사두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달러는 어디까지나 분산 투자 차원에서 접근해야지 단기 환차익을 노리고 투자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박진석·고란·김경진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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