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부 팀장들이 풀어 쓴 대선주자 이야기] 반기문 측 “11~12월 고민 많을 듯” 김무성 “내달 출마 공식화” 유승민 “적극적 활동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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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새누리당 대선 경선에 뛰어들지 관심이다. 작은사진 왼쪽부터 유승민 의원, 김무성 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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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욱
새누리당 팀장

조용하던 호수에 작은 파문이 생겼다. 추석 연휴 직전 조금씩 불붙기 시작한 새누리당의 대선후보 레이스 이야기다.

새누리당에선 그간 단 한 사람도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이가 없었다. 속도가 더딘 건 장외에 머물고 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존재 때문이다. “어차피 반 총장이 총장직을 마친 뒤에야 레이스가 본격화될 테니 미리 힘 빼지 말고 내공이나 쌓아 두자”는 게 그동안 다수 예비 후보들의 정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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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의 총선 참패로 가라앉은 분위기도 대선 조기 흥행에 걸림돌이었다.

그런데 더디게만 가던 새누리당 대선 시계를 빠르게 돌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남경필 경기지사와 유승민 의원 간에 벌어진 모병제 논쟁이었다. 두 사람이 찬반론으로 갈려 크게 충돌하자 당내에선 “추석 연휴 이후 시작될 본격적인 경쟁의 예고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누가 뭐라 해도 새누리당 대선 레이스의 최대 변수는 ‘반기문 대망론’이다. 반 총장은 20%대의 지지율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새누리당 입당 여부에 대해 그는 한마디도 꺼낸 적이 없다.

하지만 유력한 대선후보가 없는 새누리당으로선 반 총장 없는 경선을 상상하기 어렵다.

반 총장 주변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그는 내심 1997년 대선 당시의 이회창 모델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듯하다. 대선 패배로 빛이 바랬지만 당시 ‘대쪽 판사 출신 이회창’은 김대중(DJ)이라는 야당 유력 후보에 맞설 대안으로 신한국당에서 다수의 지지를 받았다.

반 총장도 친박계와 비박계를 초월한 고른 지지를 받아 ‘유일한 보수의 대안’으로 새누리당에 입성하는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다. 그의 측근 중에는 “새누리당의 반기문이 아니라 ‘반기문의 새누리당’이 돼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까지 있다. 이정현 대표가 천명한 슈퍼스타K 방식의 당내 경선이 반 총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올해 말로 임기를 마치는 반 총장의 스케줄은 베일에 싸여 있다.

익명을 원한 반 총장의 한 측근 인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9월엔 유엔 총회, 10월엔 차기 유엔 사무총장 선출이 예정돼 있어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있는 11~12월에 반 총장이 국내 상황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퇴임 직후의 행보를 놓고도 “1월 초 곧바로 귀국할 것”이란 전망과 “당분간 외국에 머물며 국내 상황을 관망한 뒤 귀국할 것”이란 예측이 엇갈리고 있다. 반 총장의 행보가 잘 읽히지 않자 머뭇거리던 새누리당 내 주자들의 태도에 변화가 감지된다.

김무성 전 대표의 핵심 참모는 “많아야 5% 정도 나오는 김 전 대표의 현재 지지율로는 향후 대선 레이스에서 존재감을 인정받기 어렵다”며 “반 총장이 움직이기 전에 어떻게든 두 자릿수 지지율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의 경우 정기국회 국정감사가 마무리되는 10월 중순에 곧바로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유승민 의원도 지난 7일 한림대 특강을 마친 뒤 “오늘 강의를 시작으로 적극적으로 활동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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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자들의 활발한 발걸음은 잠재 후보들인 남경필 경기지사나 오세훈 전 서울시장, 원희룡 제주지사, 최경환 의원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망론 속의 반 총장, 어떻게든 2위 자리를 차지해 여권 내 ‘반(反)반기문’의 구심점이 되겠다는 여권 잠룡들의 보이지 않는 합종연횡도 추석 이후에 본격화될 것 같다.

서승욱 새누리당 팀장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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