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묘 때도 멧돼지 조심…술 뿌리고 음식 남기면 냄새 맡고 묘 파헤칠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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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는 원래 초원이나 구릉지·야산에 살다 인간에 의해 산으로 쫓겨 간 야생동물이다. 지금은 산림을 근거지로 삼고 구릉지·초원과 호수·하천 주변에서도 산다. 최근엔 대도시 산림에서도 서식하고 있다.

입 밖으로 솟아 나온 송곳니는 땅을 파헤치는 도구로 사용한다. 잡식성으로 주로 채식을 하지만 들쥐 같은 작은 동물도 잡아먹는다. 어미와 새끼 외에는 보통 암수 모두 단독으로 생활한다. 가끔 작은 무리를 이루는 경우도 있다.

멧돼지는 원래 낮에 활동하는 동물이다. 인간이 없는 환경에서 낮부터 해 질 녘까지 먹이를 찾아다니고 배가 부르면 휴식하며 생활한다. 해 질 무렵이면 활동을 중단하고 일제히 잠자리로 돌아간다. 땅을 코로 파헤쳐 만든 타원형의 웅덩이가 잠자리다. 멧돼지가 도심과 농경지에 나타나는 이유는 먹이 부족과 영양가 높은 농작물을 먹기 위한 경우가 많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 한상훈 연구관은 “평소 사람을 잘 공격하지 않지만 교미 시기와 새끼를 키울 때는 예민해져 공격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교미 시기는 12월부터 이듬해 1월이다. 5월께 새끼 5∼10마리를 낳는다.

마트에서 구입할 수 없는 야생 멧돼지 고기의 맛은 일반 돼지고기에 비해 특별하다. 로스구이나 양념구이를 하거나 장조림으로 만들어 먹는다. 한국야생생물보호관리협회 이용찬(57) 파주시지회장은 “야생에서 자란 멧돼지 고기는 질겨서 냉장고에 일주일 정도 숙성한 뒤 먹어야 맛있다”며 “지방이 적어 담백하고 쫄깃한 식감이 탁월하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돼지는 멧돼짓과에 딸린 집짐승이다. 야생 멧돼지를 길들인 가축이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약 4800년 전, 유럽에선 약 3600년 전부터 길렀다. 현재 세계적으로 기르는 돼지 품종 수는 1000여 종. 몸의 크기와 산지· 색깔 등으로 분류한다. 버크셔종·요크셔종·햄프셔종 등이 있다.

한상훈 연구관은 “성묘 후 묘소 주변에 술을 뿌리거나 가지고 간 음식물을 남기면 멧돼지가 파헤쳐 피해를 볼 수 있다”며 “후각이 발달한 멧돼지가 술과 음식물 냄새를 찾아 묘소를 파헤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파주=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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