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연간 핵무기 7개 제조 능력 갖춰…연내 20개 제조할 핵물질 쌓인다"

중앙일보

입력

북한이 매년 7개의 핵무기를 만들 능력을 갖췄으며 연내에 20개의 핵폭탄을 만들기에 충분한 핵 물질을 보유하게 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핵 기술 전문가인 지그프리트 헤커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12일(현지시간)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에 기고한 글에서 “이번 5차 핵실험으로 인한 지진이 규모 5.2~5.3으로 관측된 점으로 봐서 폭발의 강도는 지난 4차 핵실험 때의 2배에 달하는 15~20㏏으로 추정된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CISAC) 선임 연구원을 맡고 있는 헤커는 2004년부터 수 차례 북한을 방문해 영변 핵 기술 연구단지 등 핵 시설을 시찰한 북핵 전문가다. 헤커는 “플로토늄 핵폭탄과 달리 고농축우라늄(HEU) 제조 능력은 정확하게 측정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내가 2010년 방문한 영변 핵 시설과 다른 비밀제조 시설을 감안했을 때 북한이 연평균 폭탄 6개 분량에 해당하는 150㎏의 HEU를 제조할 수 있으리라고 추정된다”며 북한이 연간 1개의 플루토늄 핵폭탄을 포함, 모두 7개의 핵 폭탄을 제조할 능력을 갖췄다고 분석했다.

또 헤커는 “현재 북한이 보유한 HEU는 약 300~400㎏, 플루토늄은 약 32~54㎏으로 추정되며 여기에 연간 생산 가능한 HEU 150㎏이 더해지면 연말께 20개의 핵폭탄을 제조하기에 충분한 양의 HEU가 쌓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헤커는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기술이 아직 미국을 겨냥할 만큼 발전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헤커는 “올해 두 차례의 핵실험을 볼 때 북한이 중·단거리 미사일에 부착 가능한 핵탄두를 완성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미국에 도달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제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아마 5년에서 10년은 걸릴 것”이라며 “하지만 아무런 저지를 받지 않는다면 개발은 가능하리라고 본다”고 예상했다.

헤커는 미국 정부가 북핵 대응에 실패하면서 북핵 문제를 더 키웠다고 주장했다. 헤커는 "5차 핵실험에 대한 상세한 분석은 몇 주 뒤에 나오겠지만 정치적 메시지는 분명하다. 미국이 지금처럼 행동하면 핵 무기를 더욱 증강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헤커는 이어 “대북 제재를 강화하고 한국에 미사일 방어체계를 구축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지금 가장 부족한 것은 외교”라며 “오바마 정부가 6자회담을 포기하고 ‘전략적 인내’로 후퇴하면서 외교가 실종된 것이 북한의 핵 개발 확대로 이어졌다”고 평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