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 '퍼펙트 스톰' 닥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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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금융시장에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겹겹의 악재)’이 닥칠 기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고개를 들며 금융시장이 출렁거리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고요한 여름철은 끝났다. 금융시장이 거세게 요동치는 긴축 발작(Taper Tantrum) 사이렌이 울렸다”라고 보도했다.

고요하던 시장을 깨운 것은 지난 8일 유럽중앙은행(ECB) 마리오 드라기 총재의 발언이다. 이날 금리를 동결한 드라기 총재는 ECB의 채권 매입 프로그램의 재검토를 시사하며 10년물과 30년물 금리가 사상 최저로 낮아진 왜곡 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미국에서도 소동이 있었다. 이달 20~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시작되는 침묵 기간 직전 Fed 위원들이 잇따라 금리 인상 지지발언을 쏟아냈다.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Fed 총재는 9일 “지금까지 경제 지표로 볼 때 점진적인 통화정책의 정상화를 단행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매파적 발언을 했다.

ECB 회의 이후 이틀 동안 독일의 국채인 분트(Bund) 10년물의 수익률은 12bp(1bp=0.01%) 가량 급등해 0.013%로 올라서면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이후 처음으로 플러스 영역에 진입했다. 만기가 같은 미국 국채 금리는 1.32%에서 최근 1.671%까지 반등했다. 제퍼리즈증권의 션 달비 전략가는 “채권 매도세의 빌미는 일본에서도 제공됐다”라며 “일본 장기채 금리 오름세가 영국 국채인 길트(Gilt)로 불똥이 튀고 독일 국채인 분트·미국 국채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WSJ는 “중앙은행이 시장의 기대에서 조금이라도 일탈할 경우 채권 시장은 매우 민감하게 움직인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례”라며 “중앙은행이 시장을 깨웠다(Central Banks Wake Up the Bond Market)”고 전했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의 건강문제도 미국 경제의 ‘또 다른 지뢰(Another Landmine)’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케빈 켈리 레콘캐피탈파트너스 수석투자책임자는 “현재 금융시장은 매우 취약하다”라며 “시장에는 힐러리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전제로 가격이 매겨졌다. 전제에 조금이라도 변화가 생기면 시장은 미국 경제 정책 기조의 변화에 따른 위험 보상을 재계산해야한다”고 분석했다. 조나단 골럽 RBC캐피탈마켓 미국 수석시장전략가는 “두 후보 모두 65세가 넘은 고령 후보자(힐러리 클린턴 68세·도널드 트럼프 70세)"라며 “단기 뉴스에 이를 적용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채연 기자 yamfl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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