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FDA가 금지한 유해물질 치약이 계속 판매되는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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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의약식품국(FDA)이 향균 비누와 손세정제 등에 쓰이는 항세균 화학성분인 트리크로산(triclosan)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 성분이 질병 방지에 효과가 있다는 증거는 약하지만 오히려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치약엔 이 성분이 들어있다. 왜일까.

이 성분이 문제가 되자 세계에서 가장 많은 치약을 파는 브랜드인 콜게이트-팔보리브사(社)가 적극적으로 FDA를 설득하고 나섰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이 회사가 만드는 ‘콜게이트 토탈’ 치약이 미국에서 시판되는 치약 중 유일하게 트리클로산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콜게이트 측은 트리클로산에 일부 위험성이 있다고 해도 이 성분을 사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득이 훨씬 크다고 주장했다.

FDA 역시 콜게이트 측의 이런 주장을 예외적으로 수용하는 분위기다. FDA 대변인인 안드레아 피셔는 “트리크로산을 함유한 치약이 플라그와 치은염에 효과적이라는 건 증명됐다”라고 말했다. FDA는 1997년 치약 발매를 승인하기 전 이 성분에 대한 독성 검사를 요구했고, 당시 치약이 안전하고 효과가 있다고 최종 결정했단 얘기다. 피셔는 “과학적 근거에 기초해 이익과 위험을 따져봤을 때 이 제품을 사용하는 게 낫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인체에 적용하는 제품에 트리클로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놓고 정작 치약엔 사용할 수 있도록 내버려두는 건 머리를 긁적이게 한다”라고 NYT는 지적했다. 트리클로산을 연구해 온 롤프 핼든 애리조나 주립대 바이오디자인 연구소 환경안전연구원은 “항균 비누를 손에 사용하면 이중 소량이 인체에 흡수되지만, 구강에 사용될 경우 화학제품이 혈류로 빠른 속도로 스며든다”라고 경고했다.

논란이 일자 콜게이트사의 토마스 디피아자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해당 제품은 다른 치약보다 훨씬 엄격한 안전 검사를 했다. 1997년 출시 당시 발암검사와 생식계 및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독성, 눈과 피부 자극 등에 대한 검토도 마쳤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FDA는 지난 2일 트리클로산과 트리클로카반 등 19개 성분을 비누에 사용하는 걸 금지했다. 이 제품을 오래 사용하면 박테리아 내성이 줄어들고 호르몬 변화가 생길 수도 있는 위험성 때문이다. 트리클로산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갑상선 호르몬에 변화를 유발한다는 실험 결과로 유해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FDA는 1년 내에 해당 제품에서 이 성분을 빼도록 요구했다. 이 조치에 해당하는 제품이 향균 비누 시장의 약 40%(210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FDA는 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유독 한 치약에 이 성분을 사용하도록 허용하는 걸 두고 미국 내에서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정종문 기자 pers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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