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또 이춘희, 또 분홍저고리…北 5차 핵실험 성공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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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희 아나운서 [사진 조선중앙TV 캡처]

9일 오후1시30분(북한 시간 1시), 북한 관영 조선중앙TV는 예고된 방송을 중단하고 분홍색 저고리 차림의 여성 아나운서를 등장시켰다. '김정일의 입'으로 불렸던 베테랑 아나운서 이춘희(72)다. 그는 특유의 우렁찬 발성과 또렷한 발음, 단호한 어조로 '핵무기연구소 성명'을 읽어내려갔다.

이춘희 아나운서는 김정일 시대 조선중앙TV 간판 아나운서로 이름을 떨친 인물이다. 강원도 통천 출신으로 평양연극영화대를 졸업, 1971년부터 아나운서 일을 시작하며 '인민 방송원' '노력영웅'의 칭호를 받았다. 그러나 김정일이 사망한 2011년, 이춘희는 검은색 상복 한복을 입고 울먹이며 사망 소식을 전한 뒤 방송에서 사라졌다. 그러다 5년의 공백을 깨고 지난 1월6일, 북한이 4차 핵실험 성공 소식을 '특별 중대 보도' 형식으로 전하며 화려하게 컴백했다.

약 한 달 뒤인 지난 2월7일 사실상의 장거리 미사일인 광명성 4호 발사 성공 소식도 이춘희가 '특별 중대 보도' 형식으로 전했다. 특이한 점은 이번 5차 핵실험 발표까지 차림새가 모두 진분홍 저고리에 검은색 치마로 같았다는 점이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이춘희를 통해 핵·미사일 도발 의지를 강력히 하겠다는 공통된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1994년 김일성 사망 등 북한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을 전했던 이춘희의 입을 통해 핵실험에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려는 의도 역시 읽힌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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