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M] 디즈니도 픽사도 아니지만 이 '애니'의 매력에 빠질 거에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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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의 수작’이랄까. 디즈니·픽사나 드림웍스처럼 세계적으로 이름난 제작사에서 만든 애니메이션은 아니지만, ‘드림 쏭’(원제 Rock Dog, 9월 14일 개봉)은 뜻밖의 감동을 안긴다. 존 라세터와 ‘토이 스토리2’(1999)를 공동 연출하고, ‘서핑 업’(2007)을 만든 애시 브래넌(47) 감독의 작품. 브래넌 감독과 e-메일로 이야기를 나눴다.


| 디즈니도 픽사도 아니지만 이 '애니'의 매력에 반할 거예요



‘눈의 마을’에 사는 버디(루크 윌슨)는 음악을 사랑한다. 그러나 아버지 캄파(J K 시몬스)는 “늑대로부터 양을 지켜야 한다”며 “경비견이 돼라”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라디오에서 톱스타 앵거스(에디 이자드)의 노래를 들은 버디. 그는 뮤지션이 되기 위해 도시로 향한다. 그러나 꿈이 그리 쉽게 이뤄질 리 있나.

'드림 쏭' 애시 브래넌 감독

중국 자본 100%와 픽사 출신 감독의 만남



-중국 가수 겸 작가인 젱 준의 그래픽 노블이 원작입니다. 처음에 스토리 컨설턴트로 참여했다가 연출을 맡았다고 들었어요. 원작의 매력이 컸나 봐요.

“친구였던 여자아이에게 갑자기 사랑을 느끼게 되는 것처럼, 이 이야기에는 사랑할 만한 요소가 많았어요. 특히 원작 표지에 버디가 책상다리하고 앉아 있는 모습. 평화롭고 다정한 성품을 가진 그에게 확 이끌렸어요.”

-중국 최대 엔터테인먼트 기업 화이브라더스에서 100% 투자했고, 미국 스튜디오 릴 FX(Reel FX)에서 만들었죠. 애니메이션으로 이런 합작이 이뤄진 것은 처음이라 어려운 점도 있었겠어요.

“‘꿈’에 대한 이야기에는 어디에서나 통하는 보편성이 있어요. 그래서 원작을 전 세계적인 콘텐트로 가공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장편 애니메이션은 3~4년을 투자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인내심이 필요해요. 걱정이 많았는데, 중국 파트너가 잘 이해해 줬죠.”

-히말라야 마을 같은 ‘눈의 마을’, 중국 상하이와 미국 뉴욕을 섞은 듯한 도시 등 동양적 색채가 물씬 풍기는 부분이 많았어요.

“동양과 서양의 매력이 고루 드러나도록 만드는 게 무척 중요했어요. 하지만 어차피 동물이 말하는 가상 세계라, 큰 부담은 없었습니다. 참, 이 영화 속 도시는 중국 충칭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애니메이션인 동시에 음악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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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림 쏭> 스틸 이미지. 영화사 제공

-‘음악영화’라 해도 좋을 만큼 음악이 정말 좋았어요.

“주제곡 ‘글로리어스’를 만든 과정은, 마치 버디가 고생고생해 자기 노래를 만든 과정과 비슷했어요. 3000곡이 넘는 노래를 받았는데도 마음에 들지 않았거든요. 그러다 우연히 무명 뮤지션 제임스 버넷을 만났죠. 그와 친구들이 만든 ‘글로리어스’를 단 몇 초 듣고 알았어요. ‘드디어 버디의 노래를 찾았어!’”

-수퍼 스타 앵거스를 보면 롤링 스톤스의 믹 재거가 생각나는 건 우연이 아니죠?

“맞아요. 그의 몸동작에는 고양이와 같은 구석이 있어요. 그래서 믹 재거가 등장하는 뮤직비디오와 공연 영상을 모두 참고해 앵거스 캐릭터를 만들었습니다.”

결국 스토리가 전부다!



-‘너만의 불꽃을 가지고 네 인생을 살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어요. 감동적이긴 하지만, 그 ‘불꽃’을 지켜 내기가 너무 어려운 세상 아닌가요.

“현 시대는 ‘돈이나 명성이 중요하다’고 사람들을 유혹해요. 하지만 그것에 현혹되지 않는 게 관건이죠. 진부하지만,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끊임없이 좇는다면 결국 성공하지 않을까요. 저요? 아직도 매일 아침 그날 만들 이야기를 기대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오랫동안 픽사에서 스토리 아티스트로 일했죠.

“그곳에서 큰 교훈 두 가지를 배웠어요. 첫째, 스토리가 전부다. 둘째, 실패를 절대로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이번 작업에도 큰 도움이 됐고요.”

-‘좋은 이야기’란 무엇일까요.

“마법과도 같은 여행. 좋은 이야기는 몇 시간 동안 전혀 다른 세계에서 전혀 다른 인생을 경험하게 하니까요. 덧붙여 최고의 애니메이션은, 실사영화로 절대 표현할 수 없는 걸 보여 주는 작품.”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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