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검사 “술집 물으면 문 닫았다고 해라” 친구 진술 코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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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부장검사의 ‘고교 동창 스폰서’ 의혹을 감찰 중인 대검찰청 감찰본부(본부장 정병하)가 서울서부지검 수사 검사들을 소환조사키로 했다.

대검 감찰본부, SNS·통화내역 확보
수사검사 불러 청탁여부 조사키로
김수남 검찰총장 "엄정한 감찰" 지시

김형준(46) 부장검사가 65억원대 사기·횡령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의 수사를 받던 고교 동창 김모(46)씨로부터 여러 차례 돈과 술 접대 등을 받고 검사들에게 사건 무마 청탁을 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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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남 검찰총장은 이날 “대검에 철저하고 엄정하게 감찰을 실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에 따라 감찰본부는 김 부장검사가 김씨와 주고받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시지와 통화내역 등을 확보해 두 사람의 돈 거래 경위, 수사 무마 청탁 여부, 거짓 진술 요구 및 수사 방해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김 부장검사는 박희태(78) 전 국회의장의 사위다.

감찰본부는 김 부장검사와 김씨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어 김씨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이날 구속된 김씨는 5일 서부지검으로 압송되면서 “(김 부장검사 외에) 다른 검사들과도 (접대) 자리를 가졌고 이를 검찰에서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감찰본부는 김씨로부터 향응을 제공받은 검사가 더 있는지를 확인할 계획이다. 법무부는 이날 “원활한 감찰을 위해서”라며 예금보험공사에 파견 가 있던 김 부장검사를 서울고검으로 발령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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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장검사는 김씨와 30년 지기 고교 동창 사이다. 김 부장검사는 학생회장을, 김씨는 반장을 했다고 한다.

실제로 두 사람이 주고받은 SNS 메시지 등에는 ‘심심해 친구야’ ‘친구 주말 잘 보내구 있지?’ 등의 표현이 등장한다. 술자리에서 자주 어울린 두 사람은 전자부품·게임 유통업을 운영해 온 김씨가 회삿돈 15억원 횡령과 50억원대 사기 혐의로 지난 4월 고소당하면서 사이가 틀어졌다.

이들이 주고받은 메시지에는 김 부장검사가 자신의 내연녀로 추정되는 여성을 위해 오피스텔과 차량을 지원해 주려 한 것으로 짐작하게 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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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부장검사가 고교 동창 김모씨(구속)와 간 서울 청담동 가라오케 주점. 이 가라오케는 건물 소유주가 바뀌어 지난 5월에 폐업했다.

김 부장검사는 지난해 11월 17일, 25일 두 차례에 걸쳐 김씨에게 이런 문자를 보냈다. ‘이달 말 26일 (XX가) 생일이라니까 (오피스텔) 계약해 주면 선물로 주고 (유흥업소) 일 안 하게 하고 타이밍 좋겠다’ ‘(서울) 광진 자양사거리 ○○오피스텔 1000만원에 65만원으로 하려구.’ 이에 김씨는 ‘내가 가서 계약할까. 아니면 XX한테 돈을 보내줄까’라고 대꾸했다.

또 김 부장검사가 이 여성의 이름과 계좌번호를 남긴 지난 2월 3일엔 김씨가 ‘500(만원) 보냈다. 입금자는 회사이름으로 했다. 드러나지 않게 하려구. 응답하라 김검’이라고 적었다. 3월 8일에는 김씨가 “다른 여성의 계좌로 1000만원을 보냈다”고 했다. 이 1500만원은 김 부장검사가 김씨로부터 빌린 뒤 갚지 않았다는 의혹과 연관돼 있는 돈이다. 김 부장검사는 “(김씨 사건의 변호사 선임 비용으로) 4월 중순께 다 갚았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 김씨에게 돈이 전달된 적은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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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장검사가 임차한 것으로 추정되는 오피스텔이 있는 서울 광진구의 주상복합형 건물. 김 부장검사는 김씨와의 온라인 메신저 대화에서 이 오피스텔을 한 여성에게 선물로 마련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온라인 캡처, 중앙포토]

김씨는 5일 “김 검사와 한 번 술자리를 할 때마다 400만~500만원의 술값이 나갔고 술자리가 끝날 때마다 용돈 100만~200만원을 줬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부장검사는 문자 메시지를 통해 “김씨는 ‘특경(특정경제범죄) 사기 피의자’다. 검거된 후 자신이 쓴 술값에 대해 엉뚱한 주장을 하고 있다. 제가 간 술집은 룸살롱 형태가 아니어서 큰돈이 나올 일이 없다”고 주장했다. 감찰본부는 김 부장검사와 김씨 등의 계좌를 추적하며 돈의 흐름을 쫓고 있다.

김 부장검사는 자신의 비위를 덮고 김씨 사건도 무마하기 위해 담당 수사 검사 등에게 청탁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수사가 진행 중이던 6월 서부지검 검사들을 만났다.

검찰 주변에는 김 부장검사가 박모 담당 검사에게 귀찮을 정도로 전화를 많이 했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 이 무렵(7월 10일) 김 부장검사는 수차례 소환 조사를 받은 김씨에게 장문의 문자 메시지를 남겼다.

주로 수사 검사가 김씨에게 어떤 질문을 했는지, 자신과 관련된 금전 지출과 술자리에 대해 김씨가 어떤 답변을 했는지를 물었다. ‘○○○술집이 2차가 되는 룸싸롱이라고 했어?’ ‘그런 술집 술값이 얼마 나오느냐 이런 얘기 했으면 문제가 돼. (내가) 옷 벗어야 할 것 같다’ 등이다.

또 ‘술집에 대해 물어보면 싱글몰트바이고 술값도 50만~60만원이라고 해주고 작년 말 문닫았다고 해’ 등으로 수사 방해로 해석될 수 있는 진술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 검사는 ‘담당 검사가 무조건 나까지 언급하면서 상부 보고해 (대검) 감찰 시작되면 너도 심각해져’ ‘(난) 사회적으로도 매장 당하고 검사 사표가 아니라 변호사도 등록 안 돼’라고 적었다.

윤호진·홍상지 기자 yoong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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