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장 샷’ 벌타 먹은 박성현, 4타 뒤집고 챔피언 먹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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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라운드에서 슬로플레이 끝에 벌타를 받고도 마지막날 역전 우승을 차지한 박성현. 샷을 하기 위해 2분 가까이 지체하다 벌타를 받았다. 최종 4라운드에서 홀아웃하면서 갤러리에게 화답하는 박성현. [사진 KLPGA]

박성현(23·넵스·사진)이 슬로플레이 논란 끝에 우승했다. 4일 충남 태안의 골든베이 골프장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투어 한화금융 클래식에서 마지막날 5타를 줄인 끝에 합계 6언더파로 정상에 올랐다. 시즌 7승째를 거둔 그는 우승상금 3억원을 받았다. 고진영(21·넵스)이 1타 뒤진 합계 5언더파로 2위를 차지했다. 초청선수로 출전한 장타자 렉시 톰슨(미국)은 마지막날 박성현과 같은 조에서 맞대결을 펼쳤지만 1타를 줄이는데 그쳐 합계 2언더파 6위에 올랐다. 박성현은 선두에 4타 뒤진 공동 10위로 최종 라운드를 맞았다. 2번홀에서 더블보기를 하면서 우승 경쟁에서 밀려나는듯 했으나 마지막날 이글 1, 버디 5개를 잡아내며 역전 우승했다.

한화금융 클래식 제패 … 시즌 7승
3R서 규정 시간 3배 지연 플레이
4R 이글 1개, 버디 5개로 역전
한·미 장타대결 렉시 톰슨에 승리

이에 앞서 박성현은 3라운드 14번 홀에서 슬로플레이로 1벌타를 받았다. 앞 팀이 홀을 비워 마지막 조 전체가 경고를 받은 상황이었는데 14번 홀 두 번째 샷을 앞두고 2분 가까이 지체하다 벌타를 받았다. KLPGA 규정에 따르면 그 조에서 첫 번째 순서의 선수는 50초 안에, 두 번째와 세 번째로 선수는 각각 40초 안에 샷을 해야 한다. 최진하 경기위원장은 “박성현이 우승 경쟁을 벌이고 있었지만 공정성이 더 중요해 벌타를 줬다. 스타플레이어라도 2분은 너무 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박성현 측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후원사인 넵스의 이승언 부장은 “박성현은 장타자라 불리한 점이 있다. 샷거리가 길어서 동반자 두 선수가 칠 때까지 준비를 하기 어렵다. 더구나 파 5홀이어서 2온을 시도할지 고민하다 클럽 선택 시간이 길어졌다. 갤러리가 늘어나 방해를 받는 경우도 잦아졌다. 평소 연습스윙도 거의 하지 않는 선수인데 아쉽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선수들은 “박성현이 인기가 많아지면서 경기 속도가 느려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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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현이 3라운드를 마친 뒤 인터뷰를 하지 않고 숙소로 돌아간 것도 구설에 올랐다. 경기 후 인터뷰가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벌타 상황을 놓고 팬들의 궁금증이 커진 상태에서 인터뷰도 하지 않은 채 돌아간 건 성숙한 태도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왔다.

박성현은 지난주 대회에서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달 26일 강원도 정선에서 열린 하이원 리조트 여자오픈 2라운드 도중 경기를 포기한 것이다. 악천후 속 산악 코스에서 캐디가 발목을 다쳤는데 박성현은 “대체할 사람을 찾지 못했다”며 기권했다. 박성현은 첫날 4오버파를 기록한데 이어 이날도 9개 홀에서 6타를 잃어버리며 10오버파를 기록 중이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박성현이 평균 스코어를 관리하기 위해 고의로 기권한 것 아닌가”하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성현은 “ 워낙 날씨가 나빠 도저히 캐디를 구할 수가 없었다. 고의로 기권했다는 의심을 받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앞으로는 더 신중하게 처신하겠다”고 말했다.

박성현은 내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진출을 노리고 있다. 15일 개막하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25위 이내에 입상하면 그는 당장 내년부터 LPGA투어에서 뛸 수 있다. 박원 JTBC골프 해설위원은 “박성현은 스타 플레이어이기 때문에 팬들의 기대도 크다. 이왕이면 인터뷰장에 나와 벌타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잘못을 지적해 준 이에게 ‘고맙다’는 표현을 했으면 오히려 팬들이 박수를 쳤을 것”이라며 “아픈 경험을 통해 박성현이 더 큰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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