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즌 돌풍 준비하는 프로배구 KB손해보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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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훈련은 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비시즌 간 새로이 합류한 선수들과 기존 선수들이 호흡을 맞추고, 팀 운영의 큰 그림을 그리고, 이에 따른 세부 전술을 고민하고 맞춰나가는 시간이다. 그렇기에 완벽한 경기력을 보일 수도, 보일 필요도 없다.

KB손해보험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8일까지 계획한 일본 전지훈련은 절반을 넘어섰다. 예정된 여덟 번의 연습경기 중 5경기를 치른 현재 2승1무2패를 기록 중이다. 5할 승률. 경기력이 점차 나아지고 있고, 팀의 청사진을 어렴풋이 볼수 있다.

KB손해보험은 3일 일본 아이치현의 가리야에서 가진 일본 V프리미어리그 제이텍트와의 연습경기 3차전에서 세트스코어 4-0(25-21 25-18 25-21 25-22) 완승을 거뒀다. 이날 두 팀은 세트 스코어 상관없어 4세트를 치르기로 했다. KB손해보험은 일본 전지훈련 다섯 번째 경기 만에 첫 무실세트 승리를 챙기며 확실히 경기력이 올라온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29일 파나소닉 팬더스와의 첫 연습경기를 치렀을 때만 해도 KB손보 선수들은 일본 배구 특유의 빠르기를 당해내지 못했다. 높진 않지만 빠른 공격에 블로킹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도 했다. 더군다나 파나소닉은 외국인 선수 없이 경기를 치렀기에 두 차례 맞대결서 거둔 1무1패는 아쉬운 결과였다.

전지훈련 내내 강성형 감독은 이단 연결 동작의 정확성이나 어택 커버, 안정된 서브 리시브 등 기본기 위주의 세밀하고 정교한 배구를 강조했다. 결국 제이텍트와의 3연전을 거치면서 이런 부분이 조금씩 개선된 모습이 보였다. 지난 시즌 윙리시버 주전 자리를 꿰찼던 손현종이 피로골절로 V리그 초반 결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2년차 황두연이 제이텍트 3연전 내내 리시브 정확도 50% 이상을 기록하며 빈 자리를 대체할 자원으로 떠올랐다. 황두연이 흔들릴 땐 김진만도 대기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시즌 외국인 선수 마틴과 호흡 문제가 대두됐던 권영민도 심기일전했다. 특히 새 외국인 선수 우드리스에게 이따금 쏴주는 낮고 빠른 백토스는 과거 현대캐피탈 시절 전성기를 떠올리게 했다. 백업 세터 양준식도 경기 운영은 권영민에 비해 다소 처지지만 팀원들을 고르게 활용하고 과감한 패스 페인트를 써 팀의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선규가 가세한 센터진도 한층 두터워졌다. 지난 시즌 팀의 가장 큰 약점 중 하나였던 센터진은 이선규의 가세와 하현용의 꾸준함으로 그 약점을 메울 것으로 예상된다. 강 감독도 이번 전지훈련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로 센터진의 공격 점유율 높이기를 꼽았다. 강 감독의 의도대로 권영민과 양준식은 안정된 서브리시브가 올라올때는 물론이고, 이단 연결 상황에서도 여건이 되면 고민하지 않고 코트 가운데로 낮고 빠른 토스를 올려 이선규와 하현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간 V리그 한 해 농사의 풍흉을 결정짓는 가장 큰 변수였던 외국인 선수도 기대해 볼만 하다. 지난 5월 트라이아웃 당시 2m12의 최장신으로 주목받았던 우드리스는 가면 갈수록 좋아지는 모습이다. 워낙 신장이 좋기에 어느정도 타점만 맞춰주면 알아서 상대 블로킹 위에서 때려낸다. 아직 이단 연결 상황에서의 공을 다루는 테크닉과 키에 비해 왜소한 웨이트만 더 보완된다면 가장 뛰어난 외국인 선수로 꼽혀도 손색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강 감독은 “파나소닉전을 지켜보며 경기력이 안 올라오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제이텍트전을 거치면서 올라온 것 같다”면서 “선수들도 파나소닉전 이후 스스로 이겨내려 노력한 흔적이 보이고 팀워크도 좋아졌다”고 전지훈련 중간 총평을 내렸다. 이어 “지금까지 전지훈련에서의 가장 큰 수확은 우드리스가 팀의 주포로 활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한 것과 센터진의 공격력”이라면서 “세터들과 공격수들 간의 호흡도 올라오면서 패턴도 다양해졌다. 리시브만 안정된다면 도레이와의 남은 세 차례 연습경기도 기대해볼 만 하다. 남은 기간도 최선을 다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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