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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산성 재건 중인 '사마귀 감독' 김영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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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만 감독 [사진 원주 동부]

'사마귀 감독'이 '동부 산성'을 다시 쌓고 있다. 남자프로농구 원주 동부가 김영만(44) 감독과 함께 명가재건 중이다.

동부는 전신 TG 삼보를 포함해 챔피언결정전을 세 차례 제패한 명문팀이다. 엄청난 높이와 견고한 수비를 앞세워 '동부 산성'이라 불렸다. 하지만 동부는 2014-2015시즌 이충희 감독 체제에서 최하위에 그치며 2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2014년 4월 동부 정식 사령탑에 오른 김영만 감독은 한 시즌만에 꼴찌팀을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지난 시즌에는 동부산성 중심축인 김주성(2m5cm)과 윤호영(1m97cm)이 부상을 겪는 어려움 속에서도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2일 전지훈련지 일본 가와사카에서 만난 김 감독은 "동부산성이요? 요즘엔 고양 오리온 등 다른팀들이 산성이죠"라면서도 "탄탄한 동부산성을 재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선수 시절 1990년대 중반 기아에서 허재-강동희와 함께 '허-동-만 트리오'로 활약했다. 흐느적거리는 스텝과 슛폼으로 '사마귀 슈터'라 불렸다. 김 감독은 "언론에서 농구 선수들에게 '람보슈터(문경은), '컴퓨터가드(이상민) 같은 별명을 붙이는게 유행이었는데, 내 슛폼을 보고 '사마귀 슈터'란 닉네임을 달아줬다. 선수 시절 하루에 슛연습 1000개씩 한적도 있고, 야간훈련 때 자유투를 100개 연속 넣어봤다. 연습과 땀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 감독은 "많은 팬분들이 슈터로 기억해주시지만, 난 수비를 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확한 외곽슛으로 매경기 거의 20점 이상을 터트린 김 감독은 수비에서도 외국인 선수를 잘 틀어막으며 우수수비상을 받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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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원주 동부]

김 감독의 선수 시절 농구철학은 감독으로 변신해서도 이어지고 있다. 김 감독은 "농구에서 기본은 수비, 리바운드, 팀 플레이라고 생각한다. 수비는 화려하지 않지만 농구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수비에서 이어지는 빠른 농구를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부는 2014-15시즌 10팀 중 최소실점(69.1점)을 기록했고, 지난 시즌에는 최소실점 2위(76.7점)였다. 지난 2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일본농구대표팀과 연습경기에서 동부는 심판 텃세 속에서 61-62로 석패했다.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챌린지를 앞둔 일본대표팀을 60점대로 묶었다.

동부는 지난 시즌 6강 플레이오프에서 오리온에 3연패를 당해 아쉬움을 남겼다. 김 감독은 "애초 처음에 뽑은 외국인선수가 오지 않았고, 로드 벤슨도 시즌 막판 발바닥 부상을 겪었다. 김주성과 윤효영이 지난 시즌 부상으로 각각 26경기, 16경기 밖에 뛰지 못했다. 팀이 힘만 쓰다가 막판에 졌다. 그래도 허웅, 두경민 등 다른선수들이 한층 성장했다"고 말했다.

새 시즌을 앞둔 동부는 변화보단 안정을 택했다.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외국인선수 2명(벤슨, 웬델 멕케네스)과 재계약했다. 변화는 KCC와 LG에서 김태홍과 이지운을 데려온 정도다. 김 감독은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 신청했던 특출난 선수들이 나오지 않아서, 마지막까지 고민하다가 재계약을 택했다. 벤슨은 부상을 털어냈고, 맥키네스는 국내 선수들과 코트 안팎에서 잘 조화를 이룬다"고 말했다. 이어 김 감독은 "주성이는 전지훈련부터 출전시간을 늘려갈 계획이고, 호영이는 아직 몸상태가 100%는 아니지만 많이 올라왔다. 주성이와 호영이가 팀의 중심을 잡아줄 것이라고 믿는다"며 "지난 시즌 부상자가 많았는데, 올 시즌은 개막 전까지 부상자 없이 조직력을 끌어올리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때로는 형님 리더십, 때로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휘한다. 이세범, 표명일 코치와 많은 대화를 통해 팀을 잘 이끌어가고 있다. 평소엔 국내 남녀프로농구는 물론 미국프로농구, 패턴 플레이가 좋은 독일농구 경기영상까지 챙겨본다.

동부는 1일부터 10일까지 일본 가와사키에서 전지훈련을 한다. 도시바, 히타치 등 일본 프로팀과 5차례 연습경기를 더 갖는다.

가와사키=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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