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식력엔 나이가 있다"...저출산 대책 '생식의 날'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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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정부가 심각한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 도입한 '생식의 날(Fertility day)' 캠페인이 역풍을 맞고 있다.

1일 이탈리아 언론은 오는 22일을 '생식의 날'로 정한 이탈리아 보건부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탈리아 보건부는 이번 주부터 소셜미디어 등에서 '생식의 날'을 다양하게 홍보하고 있다.
홍보 포스터부터 논란이 됐다.

젊은 여성이 모래 시계를 들고 '아름다움에는 나이가 없지만, 생식력에는 나이가 있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거나, 남녀의 성 행위를 연상시키는 사진에 '젊은 부모, 창의적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문구를 넣은 표현 등이 문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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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생식의 날` 포스터. 왼쪽은 `아름다움에는 나이가 없지만, 생식능력에는 나이가 있다`는 내용이고, 오른쪽은 `젊은 부모가 되는 것이 창의적이 되기 위한 방법`이라는 내용을 담았다.

SNS 상에서는 이같은 홍보가 성 차별적이며 난임 부부나 일자리가 없어 아이를 낳지 못하는 청년층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야당에서는 정부의 캠페인이 청년층이 직면한 문제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없다면서 베아트리체 로렌친 보건부 장관의 사임을 요구했다. 그는 "이탈리아인 500만명을 절대 빈곤 상태로 내몬 정부가 '생식의 날' 캠페인에 재원을 쏟아붓는 것은 웃기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집권 민주당(PD)의 델리아 무레르 의원도 "생식과 임신이라는 민감한 주제에 이 같이 접근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특히 정부 캠페인이 임신을 할 수 없는 사람,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청년층을 모욕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로렌친 장관은 이에 대해 "'생식의 날'은 안전한 성관계부터 불임 치료에 이르기까지 생식과 관련된 전반적인 사항을 논의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탈리아는 현재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합계 출산율이 1.39명으로 유럽 최하위 수준이다.

OECD 평균은 1.68이며 우리나라는 1.24로 이탈리아보다 더 낮다.

s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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