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외교 잘한 지도자 1위…“얄밉지만 아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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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달 22일 리우 올림픽 폐막식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슈퍼마리오(게임캐릭터) 복장을 하고 등장했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홍보하기 위해서였다. ‘아베 마리오’라 불리는 깜짝 쇼를 보며 외교부 고위 관료 출신의 한 전문가는 “역시 아베답다. 자국에 이익이 된다면 몸을 사리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본지가 전문가 31명에게 주요국 지도자 중 실리외교를 가장 잘하는 지도자를 물었더니 아베 총리라고 답한 응답자가 19명(65.5%)으로 가장 많았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얄밉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이란 수식어를 붙이면서 그를 택했다.

“슈퍼마리오 옷, 국익에 몸 안 사려”
작년 1위 시진핑은 2위로 떨어져

한 외교전문가는 “아베 마리오 쇼도 도쿄 올림픽 행사를 기획하는 민간 전문가의 아이디어를 아베 총리가 채택한 것이라고 하더라. 과단성 있는 면모가 만든 성공작이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국내외 전문가 31명을 대상으로 한 같은 설문에서 아베 총리는 5표(15.2%)밖에 얻지 못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에 이어 3위였다.

하지만 1년 사이 아베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의 피폭지 히로시마 방문을 성사시키고, 미국이 주도하는 대러시아 제재에 적극 참여하면서도 북방영토 문제 해결을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나는 실리외교를 하면서 순위가 올랐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아베 총리는 외교적으로 국익이 절충되는 부분을 잘 잡아내 전략적으로 신속하게 현실화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지난해 31명 중 16명(54.8%)이 선택해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던 시진핑 주석은 이번에는 5표(17.2%·2위)밖에 얻지 못했다. 7월 국제중재재판소 재판에서 패소한 뒤 공개적으로 이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국제법을 무시하는 모습을 보인 점이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결정 이후 북한보다 한국을 더 적대시하듯 행동하는 점이 글로벌 리더답지 못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특별취재팀=최익재 팀장, 유지혜·박성훈·서재준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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