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가건강검진에서 C형간염 전수조사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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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서울 동작구 JS의원에서 C형간염 집단 감염이 전북 순창으로 확대되더니 이제는 건국대 충주병원 투석실에서도 감염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동네의원뿐만 아니라 대학병원에서도 이런 일이 발생하니 국민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다. 병원 가기가 겁날 정도다.

 C형간염 집단 감염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의료시설이 부족한 시절 불법 의료에 노출된 게 지금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병원 가서 틀니 할 돈이 없어서 돌팔이한테 시술을 맡기고, 사혈(死血)을 한다면서 몸에 긴 바늘을 찔렀다. 마약 주사기를 돌려 쓴 것도 C형간염을 불렀다. 틀니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등 사각지대를 메우면서 어느 정도 줄었지만 과거 불법 시술의 부작용까지 지워지진 않는다.

 더 문제가 되는 게 의료기관의 일탈 행위다. 1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한다거나 내시경 기기를 제대로 소독하지 않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 병원 공간에서 벌어지면서 감염을 유발한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정부가 빅데이터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찾아내려 노력하는 것은 평가할 만하다. 뒤늦긴 했지만 지금이라도 전 행정력을 동원해야 한다.

 정부는 국민의 0.6%인 31만 명이 C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다고 추정한다. 이는 국민건강영양조사 샘플조사에서 나온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보다 훨씬 많을 걸로 추정한다. 대책의 출발점은 정확한 조사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주기적으로 일제 검사를 하는 걸 검토해야 한다. 국가건강검진 항목에 넣어서 10년 단위로 조사하든지 40세, 66세 생애전환기검진에 넣든지 수를 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얼마나 많은 국민이 감염돼 있는지 일제히 점검하고 가자. 필요하다면 치료가 필요한지를 확인하는 유전자검사나 치료약 등에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하는 게 좋다.

 정부는 1회용 주사기 재사용만 면허취소와 자격정지 같은 처벌을 강화할 것이 아니라 부주의에 의한 감염도 엄벌하도록 규정을 고쳐야 한다. 무엇보다 의료인의 각성이 필요하다. 의사·치과의사·한의사 등의 단체가 자정 운동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