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 직지, 고향에 돌아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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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직지는 반드시 고향인 한국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미국인 페닝턴, 4년째 반환운동
9년 전 한국 온 뒤 ‘직지’ 가치 확인
전국 명소 돌며 시민들 서명 받아

미국인 리처드 페닝턴(63)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직지)의 반환운동을 4년째 벌이고 있다. 상·하권으로 발행된 직지는 1377년 충북 청주의 흥덕사에서 인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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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닝턴이 지난달 27일 옛 흥덕사 터에서 직지 반환을 요구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사진 페닝턴]

하지만 지금은 하권 원본만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돼있다.

1886년 한불수호통상조약 체결 이후 당시 주한 프랑스 공사였던 콜랭 드 플랑시가 프랑스로 가져갔고 1950년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기증된 뒤 계속 그곳에 남겨졌다. 직지는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미국 텍사스주립대에서 역사·언론학을 전공한 페닝턴은 2007년 한국에 왔다. 한국 전통문화에 관심이 많아 경북 안동에서 영어학원 강사를 한 뒤 2009년부터 서울의 한 국제특허법률사무소에서 영작 등을 조언하는 에디터로 근무 중이다.

페닝턴은 “한국 역사 서적을 읽다 직지가 서양의 금속활자본인 구텐베르크 성경보다 78년이나 앞서 청주 흥덕사에서 발간됐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그 길로 옛 흥덕사 자리에 세운 청주 고인쇄박물관을 찾았지만 직지가 한국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는 환수운동에 뛰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2013년 6월 한국인 지인 2명과 함께 직지환수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대표를 맡았다. 이후 주한 프랑스 대사관, 국회·문화재청·청와대 등에 수차례에 걸쳐 직지 반환의 필요성을 알리는 서한을 보냈다. 페닝턴은 “직지의 주인인 한국 사람들이 오히려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그는 시간 날 때마다 ‘우리 문화재, 직지를 우리 품으로! (Bring Jikji back to Korea!)’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직지반환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나 경남 합천 해인사 등 전국의 명소를 돌며 지금까지 5000여 명의 서명을 받았다.

그는 1일부터 8일간 청주직지문화특구에서 열리는 ‘직지코리아 국제페스티벌’ 을 찾아 직지반환 요구서명을 받을 예정이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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