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물 파는 시장 안에 대형마트 점포가 둥지 튼 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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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당진어시장 안에 이마트가 운영하는 ‘노브랜드 전문점’이 31일 문을 열었다. 어시장은 젊은 층 집객 효과를, 이마트는 신규 점포를 얻었다. [사진 이마트]

31일 낮 충남 당진시 읍내동에 있는 당진어시장. 주부 송수연(40)씨는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이곳을 찾았다. 어시장건물 2층에 있는 장난감 도서관에서 장난감을 빌려서 아기와 놀기 위해서다. 도서관 옆 노브랜드 카페에서는 ‘900원짜리 무제한 커피’를 마셨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같은층 노브랜드 전문점에서 생활용품을 사고 1층 어시장에서 갈치와 젓갈을 샀다. 송씨는 “이전에는 어시장에 일년에 한 번 올까말까 했는데 지금은 아기가 놀 곳도 있고 커피도 싸고 여러가지 장도 볼 수 있어서 자주 올 것”이라고 말했다. 송씨처럼 아기를 데리고 온 젊은 주부들이 생선을 고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젊은 고객 모시기 나선 당진어시장
이마트 노브랜드 점포에 먼저 손짓
시장에서 안 파는 공산품 등 판매
하루 1만원 팔다가 30만원 매출도

이마트는 이날 당진어시장에 상생스토어인 ‘노브랜드 전문점’을 열었다. 전통시장 안에 대기업 점포가 들어온 것은 2010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후 처음이다. 이 법에 따르면 대기업 마트가 전통시장 반경 1㎞ 안에 입점하려면 지방자치단체와 해당 시장 상인의 허락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전통시장 상인은 대형 마트를 경쟁자로 생각하기 때문에 사실상 입점이 어려웠다.

먼저 손을 내민 것은 전통시장이었다. 지난해 6월 당진시는 2640㎡ 규모의 2층 건물을 지어서 당진어시장의 문을 열었다. 재래식에서 현대식으로 환경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찾는 사람이 없었다. 고심하던 당진시와 상인들은 지난해 8월 이마트에 입점 제의를 했다. 당진시 인구의 32%가 30~40대인만큼, 구매력이 좋은 이들의 발길을 끌기 위해서다. 단 신선제품(축산·수산·과일·채소)같이 시장에서 파는 상품은 팔지 말라는 조건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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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에는 어시장이, 2층에는 노브랜드 전문점과 장난감 도서관, 카페 등이 들어선 당진 어시장 건물 앞과 이 건물 1층 내부. [사진 이마트]

현재 어시장 건물의 1층에선 상인들이 수산물 등을 판다. 990㎡ 규모의 2층은 가공식품·생활용품(950여 종)을 파는 노브랜드 전문점(410㎡)과 노브랜드 카페(50㎡), 장난감 도서관(280㎡), 푸드코트(250㎡) 등이다. 시에서 운영하는 푸드코트는 시장 대표 먹거리로 채운다. 당진전통시장 상인회 정제의 회장은 “일부 상인의 반대도 있었지만 시장에서 파는 상품은 팔지 않고 장난감 도서관으로 시장을 외면하는 젊은층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에 끌려 결국은 동의했다”고 말했다.

어시장 상인들은 기대에 부풀어있다. 임시 개점한 30일에만 800여 명이 어시장을 찾았기 때문이다. 40년째 어시장에서 생닭·젓갈을 팔고 있는 다모아상회 윤영재(69·여)씨는 “29일엔 1만원어치 팔았는데, 30일엔 30만원 어치를 팔았다. 하룻새 30배나 올랐다”고 좋아했다. 42년째 수산물을 팔고 있는 나래수산 최귀모(77·여)씨도 “5~6년간 젊은 사람들을 보기 힘들었는데 오랜만에 시장에 활기가 돌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수산물을 파는 성희수산 이영환(65·남)씨는 “사람이 많은 것은 긍정적인 일이지만 2층(장난감 도서관·노브랜드 전문점)만 들리고 돌아가면 의미가 없다”고 우려했다.

이마트는 전체 어시장 상권 활성화를 위해 상품개발·매장운영 컨설팅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예컨대 갈치를 토막 내 조금씩 포장해서 소량 판매하는 방법을 전수하는 식이다. 김수완 이마트 CSR담당 상무는 “마트처럼 깔끔한 포장에 전통시장의 싼 값이 더해진다면 매출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갑수 이마트 대표는 “수익을 내기보다 전통시장과 대형마트간 성공적인 상생 모델을 만드는데 의미를 두고 성공적으로 발전시키는데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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