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뜨물 같은 설사하면 콜레라, 배도 아프고 열까지 나면 장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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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아프고 설사를 한다면? 이럴 때 ‘혹시 장염이나 콜레라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든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크게 보면 콜레라도 장염의 일종이며 장염을 유발하는 수많은 원인 균의 하나”라고 말했다. 대장균이건 콜레라균이건 간에 뭔가 장에 탈이 난 병은 장염이다. 로타 등의 바이러스, 살모넬라균 등도 장염을 일으킨다.

콜레라도 크게 보면 장염의 일종
어패류에 쓴 칼·도마 햇볕에 말려야

질병관리본부는 전국 70개 표본의료기관을 정해놓고 급성 설사병 원인 세균 현황을 조사하고 있는데, 올 들어 이달 6일까지 5699건의 검체 중에서 718건에서 균이 검출됐다. 장염 균의 대표 선수는 비브리오균이다. 비브리오는 속(屬)이고 그 밑에 수많은 종(種)이 있다. 콜레라균, 비브리오 패혈증균, 장염비브리오균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중 콜레라균은 증상에 차이가 있어서 따로 떼냈으며 나머지는 비브리오장내감염증으로 부른다.

설사의 양상은 서로 다르다. 최준용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콜레라는 ‘삼투(渗透)성 설사’를 야기한다. 콜레라 독소 때문에 장 안의 삼투압이 올라가 장 밖으로 물이 빠져나가며 다량의 설사가 생긴다”며 “일반적인 장염과 달리 콜레라는 복통이 없고 열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개 장염에 걸리면 복통·발열·구토 등의 증세를 동반하는데 콜레라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차가운 설사’로 불린다. 이렇게 설사가 이어지면 체액이 빠져나가 허옇게 쌀뜨물 같은 설사를 한다. 이재갑 교수는 “콜레라에 걸리면 처음에는 속이 좀 울렁거리고 토할 것 같다가 설사를 시작하고 쌀뜨물처럼 쏟아낸다. 심하면 하루 10L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1군 법정감염병인 세균성 이질은 설사가 아니라 혈변이 나온다.

정기석 질병관리본부장은 “변의 상태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설사를 많이 하면 일단 의료기관을 찾아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콜레라균은 위산에 약하다. 제산제를 오래 먹으면 콜레라에 걸리기 쉽다. 어패류를 요리한 칼·도마를 바닷물로 씻어선 안 된다. 물로 씻고 햇볕에 말려야 한다.

신성식·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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