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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리비 스윙 효과? 예비역 김우현, 병장 허인회 앞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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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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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역 병장 김우현(왼쪽)과 전역을 2주 앞둔 말년 병장 허인회가 KPGA선수권 1라운드에서 동반 라운드했다. 결과는 예비역 병장의 완승. 엊그제까지 강원도 인제에서 소총수로 근무했던 김우현은 첫날 6언더파를 쳐 공동 6위에 올랐지만 상무 소속 허인회는 공격적인 플레이 끝에 이븐파 공동 101위에 머물렀다. [사진 KPGA]

전역한지 딱 하루 된 예비역 병장과 제대를 2주 남긴 말년 병장, 그리고 연말에 입대할 선수의 심경은 각각 어떨까. 25일 경남 양산의 에이원 골프장에서 개막한 한국프로골프협회(KPGA)투어 KPGA선수권 1라운드에서 동반 라운드 한 김우현(25·바이네르)·허인회(29·상무)와 김대현(28·캘러웨이) 이야기다.

KPGA 선수권 1R 동반 라운딩
소총수로 복무 24일 전역한 김우현
“싸리비 연습 덕 비거리 15야드 늘어”
먼거리 퍼트 쏙쏙, 6언더 공동 6위
전역 2주 앞둔 체육부대원 허인회
2번홀 버디 잡고 거수경례 했지만
3번홀서 OB 내며 이븐파 101위

허인회는 2014년말 입대하면서 드라이버 헤드커버에 ‘2016. 9. 8.’ 이라고 적었다. 말할 것도 없이 그의 전역일이다. 국방부 시계는 천천히 가지만 이제 그 날은 2주 앞으로 다가왔다. 허인회는 “전역이 다가왔기 때문에 헤드커버를 다른 걸로 바꿨다”고 말했다.

김우현은 전날 전역신고를 한 뒤 대회장인 양산에 곧바로 내려왔다. 그리고는 오랜만에 만난 동료들에게 제대 기념 떡도 돌렸다. 김우현은 첫 홀 티잉그라운드에서 만난 허인회에게 “그 남은 2주가 과연 갈까요”라고 농담을 했다. 허인회는 김우현에게 “그래 부럽다”며 껄껄 웃었다. 김대현은 “나는 올해 12월 입대할 예정이다. 정말 부러운 건 나”라고 받아쳤다. 김대현과 허인회는 오랜만에 대회장에 나온 김우현에게 “긴장하지 말라”고 충고를 해줬다.

김우현은 강원 인제에서 소총수로, 허인회는 경북 문경의 국군체육부대에서 근무했다. 이날 라운드에선 예비역 병장 김우현을 현역 군인들이 도왔다.

그의 캐디는 군대 후임병이자 세미프로인 임승건 일병이었다. 김우현은 “군에서 밤에 함께 싸리비를 들고 스윙 연습을 하던 동료다. 워낙 체력이 좋아 캐디를 맡아줬으면 했는데 지휘관께서 특별 휴가를 내줘 편하게 경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군인 두 명도 멀리 강원도에서 일부러 휴가를 얻은 뒤 김우현을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아왔다. 이상민 상병은 “김우현 병장님은 군 생활을 성실히 잘 했고 성격도 좋아 부대원들이 잘 따랐다”고 말했다. 김우현은 첫 홀에서 티샷을 왼쪽으로 당겨쳤지만 그래도 파세이브에 성공했다. 먼 거리 퍼트를 쑥쑥 넣으면서 6언더파 공동 6위로 1라운드를 마쳤다. 그는 “올림픽에서 박인비 선수가 플레이하는 걸 눈여겨봤다. ‘찬스가 왔는데 못 넣는 것이 찬스를 잡지 못한 것 보다는 낫다’는 얘기를 듣고 느낀 점이 많았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플레이를 했더니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허인회는 2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낸 뒤 거수경례를 했다. 군인 허인회의 거수 경례 세리머니는 지난해 KPGA투어에서 화제가 됐다. 공격적인 경기를 하는 허인회는 버디를 많이 잡았지만 3번홀에서 드라이브샷 OB가 나와 이븐파를 기록했다. 허인회는 경기를 마친 뒤 “나는 2년 내내 대회에 참가하고 101위인데 넌 2년 쉬고도 상위권이냐”며 웃었다. 김우현은 군에 다녀온 뒤 몸이 좋아진 모습이었다. 그는 “군대에서 일부러 거리 늘리는 연습을 한 것도 아닌데 거리가 15야드 정도 늘어났다. 장타자인 허인회·김대현 형과 함께 경기했는데 별로 밀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요즘 군대는 필요한 부분을 채워준다. 지휘관에게 부탁을 했더니 모포에서 퍼트 연습을 하게 해주셨다. 싸리비를 들고 하는 연습 스윙도 효과적이었다. 싸리비로 연습 스윙을 하면 근력도 향상된다. 적극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김우현은 이어 “군대에서 결코 시간 낭비를 한 게 아니란 걸 깨달았다. 입대 전엔 플레이가 느렸는데 그것도 싹 사라졌다. 내 몸 속 나쁜 것들을 싹 청소하고 온 느낌”이라며 “군대에서 얻은 것은 전우, 잃은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올해말 입대 예정인 김대현은 4언더파 공동 29위를 했다.

허인회가 속한 국군체육부대 골프팀은 지난해 경북 문경에서 열린 세계군인체육대회 때문에 한시적으로 생겼다. 상무 소속 선수들이 컷탈락을 하면 골프장에서 숙소까지 걸어가기도 했다. 상무 골프팀 김무영 감독은 “전쟁을 하는 군에서 이긴 사람과 패한 사람이 똑같은 대우를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또 “다음달 7일 선수들이 전역 신고를 하면 상무 골프팀은 없어진다”고 말했다. 버디 후 거수경례를 하던 허인회의 모습은 KPGA의 추억속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버디 8개와 이글 1개로 10언더파를 기록한 박준섭(24·JDX)이 첫날 단독 선두에 나섰다. JTBC 골프가 2~4 라운드를 오전 11시부터 생중계한다.

김우현은 …

출생: 1991년 11월 1일 신체조건: 1m75cm, 68kg

투어 데뷔: 2012년 장기: 웨지샷

병역: 강원도 인제서 소총수로 복무 후 24일 전역

주요 성적: 2014년 해피니스 오픈 등 2승

허인회는 …

출생: 1987년 7월 24일 신체조건: 1m83cm, 70kg

투어 데뷔: 2008년 장기: 드라이버

병역: 국군체육부대 복무중(9월초 전역)

주요 성적: 2015년 동부화재 오픈 등 국내 3승, 일본 1승

양산=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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