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한 안보리…북한 SLBM에도 성명 내지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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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하루 만에 열렸지만 아무런 규탄성명도, 대책도 내놓지 못했다. 북한은 안보리 결의를 어기면서 미사일 기술을 계속 고도화시켜 가고 있지만 안보리는 무기력한 양상이다.

24일 오후(현지시간) 안보리 긴급 회의에 앞서 표출된 미국과 일본의 태도는 강경했다. 미국 국무부와 국방부는 북한의 SLBM 발사를 즉각 ‘도발’로 규정하고 유엔 안보리에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용서하기 어려운 폭거"라고 맹비난했다.

안보리 회의 분위기는 북한에 대한 규탄 일색이었다. 안보리 8월 의장국인 말레이시아의 람란 빈 이브라힘 대사는 "대다수 이사국들은 북한을 비난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알맹이는 없었다. 회의엔 서맨사 파워 미국 대사와 벳쇼 코로(別所浩郞) 일본 대사가 참석하지 않았다. 파워 대사는 휴가 중이었고, 벳쇼 대사는 출장 중이었다. 성명 초안은 회람되지 않았다. 러시아 측 대표는 “미국이 초안을 회람시키겠다고 했는데,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대사는 “미국이 성명 초안을 돌리면 내용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안보리가 대북 규탄 성명을 채택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역시 관건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의 한국 배치를 빌미로 몽니를 부리고 있는 중국이다. 중국은 이달 초 북한의 노동미사일 발사 당시 대북 규탄 성명에 사드 배치 반대 문구를 넣자고 억지를 부려 결국 성명 채택이 불발되게 했다.

이날 안보리 회의에서 중국 측은 북한의 SLBM 발사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에 참석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밝힌 것과 같은 내용이다. 그러나 왕 부장은 “관계 각국이 자제해야 한다”“한반도의 정세 불안을 고조시키는 말과 행동에도 반대한다"는 말도 했다.

유엔 외교가에선 사드 배치 결정 이후 대북 제재 공조에서 발을 빼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중국 태도에 큰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는 "통상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후 규탄 성명 채택까지 빨라도 2~3일이 걸린 만큼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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