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무용인들 “태평무 보유자 인정 강행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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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중요무형문화재 예능 보유자(인간문화재)를 둘러싼 무용계 분란이 5개월 만에 다시 불거졌다. ‘무용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24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공정성 논란을 야기했던 중요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 보유자 인정 안건을 문화재청이 26일 회의를 열어 통과시키려 한다. 이는 행정 과오를 인정하고 전면 백지화를 약속했던 기존 입장을 번복한 기만행위”라고 주장했다.

김복희·김매자·배정혜 등 30여 명
“안건 폐기 전 뒤집기 꼼수” 주장
문화재청 관계자 “확정된 것 없다”

비대위엔 김복희 한국무용협회 이사장, 김매자 창무예술원 이사장, 배정혜 전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손관중 한국현대춤협회장 등 30여 명의 무용인이 참가했다.

논란은 9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11월 승무·살풀이춤·태평무 3종목에 대해 보유자 선정 심사를 진행했다. 15년 만의 심사였다. 2월 초 승무·살풀이춤 보유자는 없고, 태평무만 양성옥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를 보유자로 인정 예고한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양 교수는 신무용 계승자다. 원형을 보존해야 하는 무형문화재 취지와 어긋난다”는 반발이 잇따르며 비대위가 꾸려졌다. 특히 심사위원장 자격으로 선정 과정에 참여했던 국수호씨마저 “점수화·계량화 등 콩쿠르 방식으로 무형문화재를 뽑는 건 문제가 있다”며 비대위에 합류했다. <본지 3월9일자 22면>

결국 문화재청은 3월11일 태평무 보유자 인정 여부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논란이 다시 발발된 건 문화재청이 23일 ‘태평무 보유자 인정 안건’을 주제로 한 회의를 26일 개최하기로 하면서다. 비대위에 참여하고 있는 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는 “무형문화재 인정 여부는 예고가 종료된 시점부터 6개월이 지나면 자동 폐기된다. 이번 태평무의 경우는 9월 초다. 무용계가 반발하자 그동안 눈치를 보던 문화재청이 느닷없이 8월 말 회의를 열어 막판 뒤집기를 하려는 꼼수”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문화재청 관계자는 “태평무 보유자 인정 여부가 안건이라는 사실 이외 확정된 건 없다. 문화재위원들의 고심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 회의를 해봐야 안다”고 답했다.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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