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도 변화하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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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금 중화민국은 몇 가지 중요 문제에서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 그것은 발전적·개방적인 변화라는 점에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국공 내전에서 공산당에 본토대륙을 빼앗기고 49년대만으로 철수한 이 나라는 그때부터 38년 간 계엄 하에서 엄격한 정치적 통제와 철저한 반공정책을 고수해왔다.
중국의 정통성 승계를 주장하는 지금의 국민당정부는 일당제정치를 펴면서 야당활동은 물론 언론·집회에 있어서도 정부를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것을 용납치 않았다.
자유중국정부의 오랜 시정모토의 하나인 「이부변 응만변」(불변으로 만변에 대처한다)이 시사하듯이 세계가 그처럼 급속도로 변해도 이 나라는 40년 전의 원칙에 매달려 변화를 거부해왔다.
중공정책·통일문제에서도 이 불변원칙은 고수됐다. 그 기조는 공산당과는 「담판하지 않고(불 담판), 접촉하지 않고(부 접촉), 타협하지 않는다(불 타협)」는 이른바 삼부정책이었다.
그러나 부동의 철칙으로 간주돼온 이 불변원칙이 최근 들어 하나하나 변하기 시작했다.
중공으로 탈출한 중화항공의 승무원과 기체의 처리문제를 협의키 위해 중공의 직접협상제의에 중화민국이 동의한 것은 삼부정책의 변화를 의미한다.
그것이 원칙의 포기인지는 아직 명확치 않다. 그러나 하나의 선례로 확립될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고 그 선례는 유사한 문제에 계속 적용될 것도 확실하다.
국민당정부는 또 최근의 재야세력의 도전에 직면하여 대만전역에 야당의 상설사무소설치를 허용키로 했다.
이것은 지금까지 금기시 돼온 반정부활동의 공개적 허용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괄목할만한 정치발전이다.
중화민국의 이 같은 변화는 급변하는 세계추세에 적응해 나가려는 새로운 자세정립 과정이다.
자유중국의 반공정책이 설정하고있는 공산당의 모습 자체가 그 동안 큰 변화를 보여 왔다. 중공이 자본주의의 길을 걷고 서방에 대해서도 개방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이런 시대에 자유세계의 일원인 중국만 이 과거의 원칙에 매달린다는 것도 어리석은 일일뿐 아니라 중국적 프래그머티즘(실용주의)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더구나 최근엔 많은 권위주의 국가에서 자유화·민주화가 하나의 대세를 이루어 다수의 국가가 성공을 거두었다.
중남미 여러 나라에서 군부독재가 종식됐고, 필리핀에선 「마르코스」정권이 민주화를 열망하는 국민세력에 의해 붕괴됐다.
이를 계기로 칠레, 파키스탄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독재정부를 상대로 민주화운동이 더욱 가열되고있다.
대만에서도 재야인사들에 의한 야당결성운동이 일어나면서 자유화운동이 심화돼 왔다.
국민당정부의 야당사무소 설치허용은 다당제국가로의 변화일 뿐 아니라 반정부활동의 합법화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대만의 중화민국은 「이불변 응불변만」에서 분명히 이변응변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스스로 힘을 축적하여(장경자강) 무슨 변화에도 놀라지 않는다(처변불경)』는 중국의 정책구호 그대로 놀라지 말고 착실히 변화에 대처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지금 중국이 쌓아올린 1인당 GNP 3천1백24달러, 국가보유 2백74억 달러의 안정되고 여유 있는 경제력은 변화에 대처하기에 충분한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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