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갑근 특별수사팀장 “있는 건 있고 없는 건 없다 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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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석수 특별감찰관 관련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윤갑근 대구고검장을 특별수사팀 팀장으로 23일 임명했다. 이날 오후 열차로 상경한 윤 고검장이 서울역에 내렸다. [뉴시스]

김수남 검찰총장이 닷새째 장고 끝에 ‘우병우 민정수석·이석수 특별감찰관’ 관련 사건 수사를 ‘윤갑근(52) 특별수사팀’에 맡기기로 결정했다. 일단 정면 돌파를 택한 모양새다. 특별수사팀을 구성한 것 자체가 중립적이고 공정한 수사를 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김수남, 중앙지검 등 배정 검토하다
‘우병우 사단’ 우려에 특별팀 꾸려
검찰총장에게 수사 상황 직보 체계
수사 대상인 민정수석에게 갈 수도
윤 팀장, 반부패부장 지낸 특수통
우 수석 연수원 동기, 지연·학연 없어

하지만 검찰총장에게 수사 상황을 보고하고 지휘를 받는 형태라서 현직 민정수석의 영향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기 어려운 구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김 총장이 청와대의 압력과 정치권의 수사 공정성 압박 등을 두루 고려해 포석을 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동안 검찰 안팎에선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에 우 민정수석 수사의뢰 사건을, 형사1부에 이 특별감찰관의 감찰 내용 누설혐의 고발 사건을 분리 배당해 처리하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한다. 2014년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 수사 때 박관천 전 경정 등이 작성한 청와대 문건 내용을 보도한 세계일보를 청와대 비서관 등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문건 유출 경위에 대한 수사는 특수2부에 맡겨 수사한 전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의 일부 간부가 ‘우병우 사단’으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수사 결과를 국민이 신뢰하겠느냐는 회의론이 제기됐다. 결국 김 총장의 마음이 특별수사팀 구성 쪽으로 기울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전·현직 검찰 고위층의 의견을 듣기도 했겠지만 (김 총장이) 스스로 내린 결단”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 관계자는 “일종의 고육지책”이라며 “특검 임명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검찰조직에 주는 부담이 덜한 방법을 택한 것 같다”고 했다. 수사 결과가 미진할 경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논의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는 점도 신경 쓰였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수사 공정성 우려를 불식시키기엔 모자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진경준 전 검사장의 주식 대박 사건에서 보듯 현직 검사 비리에 임명되는 특임검사는 규정상 수사 상황을 검찰총장에게 보고하지 않는다. 반면 특별수사팀장은 검찰총장에게 직보한다. 법무부를 통해 수사 대상인 민정수석에게 수사 상황이 흘러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검찰에서도 중립성에 대한 의구심을 의식해 특별수사팀을 꾸린 것 같지만 근본적 해결책은 못 된다”고 지적했다.

특별수사팀장인 윤갑근 대구고검장과 우 수석과의 관계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일단 둘은 지역이나 출신교가 겹치진 않는다. 우 수석은 경북 봉화 출신, 윤 고검장은 충북 청원 출신이다. 우 수석은 서울대 법대를, 윤 고검장은 성균관대 법대를 졸업했다. 하지만 둘은 사법연수원 19기 동기다. 또 윤 고검장이 대검 강력부장 겸 반부패부장 직무대리로서 지휘한 청와대 문건 유출 수사는 박관천 전 경정의 1인 자작극으로 결론 났다. 당시 민정비서관이던 우 수석은 수사가 마무리된 직후인 2015년 1월 민정수석이 됐고, 윤 고검장은 그해 2월 반부패부장이 된 데 이어 같은 해 12월 고검장으로 영전했다. 서울중앙지검 3차장을 지낸 윤 고검장은 ‘특수·강력통’으로 분류된다.

박근혜 정부 들어 검찰의 위기 국면에서 종종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2014년 국가정보원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수사 특별수사팀장을 맡았다. 권력기관 간 갈등의 소지가 있는 사건을 무난하게 처리했다는 평을 받았다. 윤 고검장은 “최선을 다해 있는 건 있고 없는 건 없다고 하겠다”고 말했다.

임장혁·송승환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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