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을 미래 친환경 6차산업으로 육성” 순천시의 실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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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전남 순천만국가정원을 찾은 관광객들이 순천의 대표 조경수 중 하나인 배롱나무를 바라보고 있다. 순천시는 국내 첫 정원박람회를 연 여세를 몰아 정원 산업을 6차산업으로 육성키로 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순천시가 정원(庭園)산업을 미래 친환경 산업으로 키우기 위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국내 첫 정원박람회(2013년)와 제1호 국가정원 지정(순천만 정원박람회장·2015년) 에 이어 정원 분야를 6차 산업으로 진화시키려는 시도다.

수목 재배부터 판매·관광 총망라
대표 정원수 10개 선정해 품질인증
꽃?나무 파는 온라인 시장 개설키로
정원 디자이너 양성 ‘가든스쿨’ 운영

순천시는 23일 “순천의 특화 자원이 된 정원문화를 6차 산업으로 확산·발전시키기 위한 중장기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6차 산업이란 1차 산업인 농업분야 사업을 2·3차 산업과 연계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산업을 말한다.

순천에서는 1차 산업인 꽃이나 수목의 재배·생산부터 2차 산업인 가공·제조, 3차산업인 판매·유통, 관광·문화를 총망라한 사업이 진행된다.

정원을 이루는 기본 요소인 꽃·나무 외에도 온실이나 정자 같은 정원 시설물, 화분이나 호수 같은 정원조성물, 제초기·살포기 같은 정원 관리용품 등이 모두 포함된다. 정원을 꾸미기 위한 모종삽부터 꽃이나 나무를 활용한 화장품이나 약품제조, 관광·문화사업 등을 아우르는 산업이다.

6차 산업의 첫 걸음은 정원의 원재료인 꽃과 나무에 대한 발굴·지원부터 시작된다. 순천의 대표 정원수 10개를 선정한 뒤 ‘정원수 품질인증제’ 등을 통해 상품화시키는 프로그램이다. 철쭉과 배롱나무·가시나무 같은 기존 특산품부터 집중 육성함으로써 국내 정원산업의 중심지로 만드는 게 골자다. 정원수에 대한 품종개발과 고급화 전략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인 뒤 분재나 가공상품, 문화축제, 관광 연계상품 등으로 분야를 넓혀간다.

순천은 국내 대표적인 정원수 생산 지역이다. 현재 순천에서는 전국 유통량의 70%인 6118만본(그루)의 철쭉이 생산되고 있다. 430여 농가가 총 244㏊ 부지에서 철쭉을 생산해 1970년대 이후 국내 최대 산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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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롱나무 역시 167㏊에서 전국 생산량의 50% 가량인 70만본이 순천에서 생산된다. 73㏊ 면적에서 21만본이 생산되는 가시나무도 순천의 화훼 특산품 중 하나다.

정원수 육성이 본궤도에 오르면 정원산업의 생산·개발·유통·판매·관광·문화를 아우르는 6차 산업화가 추진된다. 순천시는 웹구축 등을 통해 꽃과 나무를 판매할 인터넷·모바일시장을 개설키로 했다. 또 정원이나 화훼 관련 취업 전문 인력과 정원디자이너 양성을 위한 ‘가든 스쿨’도 운영한다. 아파트를 지을 때 베란다에 정원을 조성하는 것을 옵션화하거나 대형 조형물을 설치할 때 정원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순천시는 향후 정원산업의 활성화 여부에 따라 남해안 일대의 산업 지도가 크게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순천을 대표하는 3대 수종인 철쭉과 배롱나무·가시나무의 연 매출액만 927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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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건립 예정인 ‘순천 정원지원센터(위 사진)’는 농업의 성격이 강했던 정원·조경산업을 미래형 산업으로 바꿔줄 기폭제가 될 시설이다. 정원분야의 종합 유통·전시·판매장과 각종 상품 개발 및 산업화를 지원·관리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조충훈 순천시장은 “정원박람회 처럼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성공적으로 개척했던 저력을 바탕으로 정원산업을 새로운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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