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국내 콜레라 환자 발생…광주 50대 남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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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레라 세계 발생 현황

후진국 감염병인 콜레라가 15년 만에 발생했다. 질병관리본부는 23일 광주광역시에 거주하는 59세 남성 회사원의 가검물에서 콜레라균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콜레라는 2001년 이후 국내에서 발생하지 않았고 2003년 이후 환자 57명은 모두 해외 여행지에서 감염됐다.

보건 당국에 따르면 이 남성은 10일 가벼운 설사와 복통 증세가 있어 광주광역시 미래로21병원에 입원했고 이 병원이 1인실에 격리해 18일 보건소에 신고했다. 22일 실험실 검사에서 콜레라 균 감염을 확인했다. 이 환자는 항생제 등의 치료를 받고 증세가 사라져 20일 퇴원했다. 콜레라 관리 지침에 따르면 설사 증상이 사라진 후 48시간 격리하도록 돼 있다.

이 남성은 증세를 보이기 전 가족(부인, 자녀 둘)과 함께 경남의 바닷가로 피서를 다녀왔으며 피서지에서 회를 먹었다. 보건 당국은 이 횟집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콜레라균은 비브리오 콜레라균으로 불리며 생선 등 해산물에 들어 있다가 사람한테 옮긴다.

이 남성의 가족과 직장 동료는 아직까지 증세가 없다. 보건 당국은 가족도 증세가 없는 ‘무증상 감염자’일 가능성이 있어 감염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2001년 영남지역 대규모 콜레라 유행(162명 감염) 때 원인은 횟집이었다.

보건 당국 관계자는 “이 남성이 가족 여행 기간 동안 행선지를 말하지 않고 있어 신용카드 사용 내역을 조회해 횟집 등을 수소문하고 있다”며 “역학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콜레라는 서남아시아·아프리카 등지에서 많이 발생하는 대표적인 수인성 감염병이다. 오염된 어패류를 섭취하거나 오염된 지하수를 마시면 감염된다. 드물게 환자의 대변이나 구토물에 접촉해서 감염되기도 한다. 감염력이 강해 1군 법정감염병으로 분류돼 있다. 주로 날 것이나 설익은 해산물을 통해 전파된다. 균의 잠복기(감염 후 증상 발현까지 걸리는 기간)는2~3일(최소 6시간~최대 5일)이다. 갑작스럽게 통증 없이 쌀뜨물 같은 설사를 하거나 구토를 동반한다. 복통이나 발열은 거의 없다. 무증상 감염자가 많다.

전해질을 신속히 보충하거나, 중증일 경우 항생제 치료를 병행한다. 장 운동을 줄이는 지사제는 오히려 위험하다. 안전한 물을 마시고 오염된 음식을 섭취해서는 안 된다. 물과 음식물은 끓이거나 익혀 먹어야 한다. 손씻기를 생활화해야 한다. 백신은 있긴 하지만 효과가 불충분해서 권장하지 않는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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