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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결론 나와도 후유증…김수남 “총장이 모든 책임 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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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남 검찰총장이 22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를 나서고 있다. 현직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과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을 동시에 대상으로 하는 전례 없는 수사를 앞둔 검찰은 이들 사건의 배당 문제를 놓고 막바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 총장, 김주현 대검차장, 윤웅걸 기획조정부장. [사진 오종택 기자]

김수남(57·연수원 16기) 검찰총장이 일생일대의 시험대에 올랐다. 이석수(53) 특별감찰관이 지난 18일 수사 의뢰한 우병우(49) 청와대 민정수석 관련 직권남용·횡령 의혹사건과 이 특별감찰관의 감찰 내용 유출 의혹 고발사건을 동시에 수사해야 하는 초유의 상황에 처하면서다. 김 총장의 최대 고심은 전혀 상반된 ‘투 트랙(two track) 수사’ 과정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이냐다.

검찰총장 최대 시험대
청와대 보고 않고 결과만 발표하는
수사 TF 구성하는 방안도 거론
특감 한계에 공수처 논의 부담
무너진 검사 이미지 회복도 숙제

일단 야당을 중심으로 “우 수석에 대한 비리를 확실히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만약 수사 결과가 미진하다고 판단되면 특검 도입 추진을 공언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우 수석 관련 의혹보다 이 특별감찰관의 감찰 기밀 누설 행위가 더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중대한 위법 행위” “국기를 흔드는 일”(19일 김성우 홍보수석)이라고 규정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22일 “이번 사건은 청와대가 개입된 일이라 행정부처 중 하나인 검찰이 (태생적으로) 중도의 길을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직 검찰 고위 간부는 “어떤 결론을 내든 김 총장이 정치적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정치권에서 특검을 발의해 수사토록 하는 게 검찰조직으로선 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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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의 한 간부는 “여러 의견이 있었는데 어떤 방식이든 검찰이 수사하는 한 결론을 두고 정치적 비판을 감수해야 할 거라는 걱정들이 앞섰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독자 수사하게 한 뒤 사건 처리 과정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결과만을 발표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이 경우 청와대 민정수석실까지 수사상황이 전달되지 않아 수사의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거였다. 하지만 김 총장은 “모든 경우의 책임은 총장이 지는 것이다. 사건 배당을 어느 팀이나 부서에 맡기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수사의지가 중요하다”는 입장을 주변에 밝혔다고 한다.

이번 수사 결과에 따라 현재 야당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이 자칫 기정사실화될 수 있다는 점도 김 총장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년에 걸쳐 논의돼 온 공수처 신설은 검찰의 자체 중립성 강화가 먼저라는 이유로 번번히 무산돼 왔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공수처 대신 특별감찰관제를 신설하면서 논의가 중단됐다. 하지만 특별감찰관제의 한계가 이번에 드러난 데다 우 수석에 대한 검찰 수사가 부실했다는 지적마저 나올 경우 그 어느 때보다 신설 쪽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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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검사들의 시선도 김 총장에게 쏠려 있다. 사실 홍만표(57·구속 기소)·진경준(49·구속 기소) 두 전직 검사장 비리사건 이후 검사들이 우리 사회 부패의 중심축 중 하나로 인식되면서 조직 전체가 심한 자괴감에 빠져 있다. 재경 지검의 한 간부는 “우 수석과 이 특별감찰관에 대한 수사가 어떻게 이뤄지느냐에 따라 추락된 검사 이미지와 검심(檢心)을 되살릴 수도, 회복 불가능의 상태로 빠질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내부로부터 나온다”고 말했다.

평소 “(수사한 뒤) 있는 것은 있다고 하고 없는 것은 없다고 하면 된다”는 소신을 펴 왔던 김 총장이 수사를 피해 갈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서 어떤 승부수를 던질지 주목되는 배경이다.

글=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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