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종원<본사 논설위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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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공자의 복권이후 중공에선 그의 사상에 대한 재평가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동양의 전통문화를 대변하였던 그의 사상이 현대 중국의 현실에서 여전히 적합성을 갖는 것인가 하는것이 논의의 초점이 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공산체제의 중공으로서는「중국적인 사회주의」 건설에 그의 사상이 유용한 것이라는 해석을 끌어내려고 애쓰고 있다.
최근 타임지는 이들 논의중에는 공자를 반동분자로 보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개혁주의군 혹은 진보적 인물로 보는 사람도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사실상 문화혁명의 기간중에 공자는 「부패한 봉건전제군주의 앞잡이요 보수반동의 대표자」 로 규탄되었다.
그것은 70년대 모택동치하의 비림비공운동으로 나타났지만 이미 20년대 5·4운동전후의 시기에도 「공가점타도」를 외치며 중국전통을 총체적으로 부정했던 사람들의 입에서도 나왔었다.
다른 한편 그를 「인민의 옹호자이며 무장혁명의 선동가」로 묘사한 것은 곽말고이었다.
공자가 인민의 옹호자임엔 틀림이 없으나 폭력에 의한 혁명을 부추겼다는 것은 너무 과도한 해석이 분명하다.
공자는 맹자와는 달리 혁명의 권리를 주장하는 대신 간접적으로 지배자의 자격을 엄격히 제한하는 것으로 정치의 바름을 촉구하였다. 『순임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도 잘 다스린 사람이다. 그는 단지 자신을 바르게 하고 적합한 자기자리를 지켰을 뿐이다』고 한다거나 『위정자가 자기 몸을 바르게 하는데 정치에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고 물었을 뿐이다.
그러나 공자의 부드러운 말은 때때로 권위적인 위정자들의 가슴을 찔러서 불쾌함과 두려움의 대상이 되곤했다. 한의 훈중서는 공자의『춘추』를 들먹이면서 황제나 그 측근의 부정을 지적하고 만약 필요한 개혁을 하지 않으면 반드시 재난이 일어난다는 것을 경고하곤 했다.
그런 공자의 방식은 어떤 의미에서는 직접 폭력혁명으로 위정자를 갈아치우는 것보다 오히려 더 효과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또 손문은 공자를 민주주의의 대표자로 언급했다.
그러나 서양에서 공자를 「민주주의의 선구자」로 재평가한 것은 「H· G· 크릴」이다.
특히 그는 『공자가 민주주의 철학을 제시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열심히 외쳤으며 그런 가운데도 민주주의의 입장을 손상할지도 모르는 과도한 요구는 결코 하지 않으면서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할것을 촉구했다』 고 의미있는 분석을 하고있다.
실제로 공자는 일생을 통해 기발하고 극적인 생활을 한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는 현실의 삶 가운데서 진지하게 진리를 추구하고 사회의 정의를 실현하기위해 끊임없이 애썼다.
공자사상의 핵심을 흔히 인의예지라고하며 혹 중용이라든가 도라고 하지만 그것들은 사람이 추구해야할 도덕율일뿐 사람의 마음을 끄는 유별난 매력을 갖는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의 참된 위대함은 평범한것 같으면서도 쉽지 않은 그의 삶의 태도였던 것 같다.
『논어』『미자』편의 이야기는 어떤 면에서 공자의 진면목을 설명하고 남음이 있다.
『지금 세상이 온통 도도히 흐르는 물 같다고 하는데 누가 그 방향을 바꿀수가 있겠는가? (도도자천하개시야 이수이역지) 』 하고 걸익이 자로에게 힐문한데 대해 공자가 대답한 말이다.
『천하에 도가 있다면 그것을 고치려들지는 않을것이다.(천하유도 구부여역지) 』
세상은 이미 다 글러버렸는데도 결코 굴하지 않고 도도히 흐르는 물같은 불의를 막으려 나서는 공자의 용기가 너무나 처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자는 흔히 나약하며 주의주장이 없이 다만 중간노선만 취하는 창백한 지식인의 전형처럼 오해 되곤한다.
실제 「나라에 도가 없으면 자기 자신의 소신은 접어 가슴에 간직해야한다」고 한 그의 말은 『위험한 나라에 들어가지 않고 어지러운 나라엔 머물지 않는다』 (위방불입 난방불거) 는 말과 함께 속유들에 의해 편리한대로 해석되곤 했다.
그러나 사실을 말하면 공자는 『옳은 것을 보고도 행하지 않는 것은 겁장이』 (견의불위 무용야) 라고 했으며 『이를 보곤 의로운가를 생각하고 나라의 위험을 보곤 목숨을 내놓으라』 고하는 가르침을 남겼다.
「견리사의 견위수명」 은 안중근의사의 글씨로 널리 알려진 명구이지막 부정과의 타협을 거부하며 대의를 위해 헌신한다는 것이 바로 유가의 원칙이기도 한 것이다.
옳은 일은 결코 이익이 있다고 행하거나 힘의 배경을 믿고 행하는 것이 아니다. ·
다만 옳은 것은 하늘의 도이며 나라와 백성을 위한일이기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행해야하는 것이다.
공자의 위대함은 실상은 「할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행하는」(지기불가이위지) 「무외정신」 에 있다고 한 현대 중국의 철학자 오이의 말은 그점에서 음미할 가치가 있다.
무외정신은 올바른 지식인의 행동양식을 말한다. 어지러운 시대의 의미를 생각할때 공자의 무외정신이 이 사회에서도 살아 날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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