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제3 후보지 놓고 성주군민들 찬반 격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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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구 국방부장관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체계 배치에 반발 중인 경북 성주를 한달여 만에 다시 방문했다. 17일 한민구 장관이 성주사드배치철회 투쟁위원회 대표단과 예정된 간담회 장소인 성주군청 5층 대회의실에 도착해 대표단을 향해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방침에 반발하는 '성주 사드배치 철회투쟁위원회'가 18일 제3 후보지 문제를 놓고 군민들과의 토론회를 열었다. 전날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성주군청에서 투쟁위 관계자들을 만나 "지역에서 의견을 모아주면 (성산포대가 아닌) 제3 후보지에 (사드) 배치를 검토하겠다"고 말한 데 따른 것이다.

토론회는 18일 오후 2시부터 성주군청 1층 대강당에서 진행됐다. 군민 300여명은 입장이 갈렸고 격론을 벌였다. 일부 주민들은 "제3 후보지를 수용해 국방부에 알리자"고 주장했다. 또 다른 주민들은 "지금처럼 사드 배치 철회와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자"고 맞섰다.

부동산업을 한다는 한 주민은 "사드 배치 발표 이후 손님이 끊겼다. 생계가 불가능할 지경이다. 일단 살고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제3 후보지 수용론을 폈다. 선남면에 사는 주민은 "성산포대 인근에 주민이 많이 산다. 제3 후보지를 받아들이고 취수장 이전 등 각종 인센티브를 받자"고 말했다. 참외 농사를 짓는 한 군민은 "정부가 손을 내밀 때 일단 잡아야 한다"고 제3 후보지 수용에 찬성했다.

반대 목소리도 많았다. 60대 주민은 "성주군 어디라도 사드는 안 된다. 제3 후보지는 군민들을 분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40대 주민은 "우리가 싫다면 다른 곳도 싫다. 제3 후보지를 받아들이면 성주 전체가 욕을 먹는다. 어렵더라도 참고 대안이 나올 때까지 견디자"고 말했다. 50대 주민은 "국방부에서 성주에 사드를 보냈는데 성주 내 또 다른 부지에 사드를 보낸다면 국방부가 하는 짓과 똑같은 것 아니냐. 대한민국 어디라도 사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토론회가 진행되는 도중 군청 앞에서 재경성주군향우회 회원 50여명이 기자회견을 열고 "국방부는 즉각 제3 후보지를 선정해 발표하라"고 촉구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군민이 "왜 제3 후보지를 언급하느냐. 성주에 오지도 마라"며 항의해 가벼운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토론회는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오후 4시쯤 끝났다. 김안수 투쟁위 공동위원장은 "논의를 거쳐 성과를 거둘 수 있는 항의 표시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제3 후보지와 관련, "성주군 내라면 (성산포대 이외 부지라도) 군사적 효용성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성산포대를 대신해 거론되는 유력한 제3 후보지는 성주군 초전면 해발 680m에 위치한 '롯데 스카이힐 성주CC'다. 북서쪽으로 김천시 농소면·남면(두 곳 합쳐 주민 2100여명 거주)과 3~5㎞ 떨어져 있다.

하지만 이날 오전 김천시와 시의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14만 김천시민의 안전과 생존권을 위협하는 김천 인접지역 사드배치를 끝까지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김천시에는 60여개의 사드 배치 반대 현수막이 이미 내걸린 상태다. 김천지역 10개 노조로 꾸려진 시민사회단체가 주관하는 촛불집회도 20일 예정돼 있다.

성주=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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