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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야? 제기차기야? 지루한 태권도에 비난 쇄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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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올림픽 여자 태권도 49kg급 결승에서 한국 김소희가 세르비아 티야나 보그다노비치를 상대로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뉴시스]

그토록 기대하던 금메달은 땄지만, 왠지 찜찜하다. 지루하기 그지없는 리우 올림픽 태권도 얘기다.

김소희는 여자 태권도 49kg급 결승에서 세르비아의 티야나 보그다노비치를 7-6으로 제압하고, 태권도에서 귀중한 첫 금메달을 획득했다.

김소희는 비록 금메달을 따긴 했지만, 물러서거나 넘어지는 등 소극적인 플레이로 수많은 경고를 받으며 점수를 헌납했다. 3회전에선 일방적으로 밀렸다.

경고 누적으로 보그다노비치에 2실점을 허용하며, 7-6까지 쫓겼다. 종료 직전 넘어지며, 메달 색깔이 바뀔 뻔한 아찔한 상황까지 펼쳐졌다.

하지만 다행히 비디오판독 결과 경기 종료 후 넘어진 것으로 판정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기 종료 직후 네티즌들 반응은 칭찬 일색은 아니었다.

"태권도 종주국의 선수가 도망다니기 급급했다" "온두라스의 침대축구를 욕할 게 아니다" 등 김소희의 소극적인 경기운영을 꼬집는 의견도 많았다.

사실 지루한 경기운영은 선수 탓만 할 게 아니다. 경기 룰 자체가 태권도를 지루한 경기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태권도연맹(WTF)은 리우 올림픽부터 경기장 규격을 기존의 12×12m에서 8×8m로 줄였다.

선수들이 움직일 수 있는 면적을 줄여, 수비 위주의 소극적 경기를 하는 선수들에게 불리하게 만든 것이다.

정사각형이던 경기장 형태도 종합격투기에서 주로 활용하는 팔각형으로 바꿨다.

선수들이 공격 위주의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채점 기준도 바꿨다.

몸통 공격 1점, 몸통 회전 공격 2점, 머리 공격 3점, 머리 회전 공격 4점으로 채점해 왔는데, 이번 대회에선 몸통 회전 공격 배점을 2점에서 3점으로 올려 화려한 발차기 공격을 유도했다.

전자 몸통 호구(보호대)와 비디오 판독에 이어 전자 헤드기어까지 도입해 공정한 채점 시스템을 마련했다.

이같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경기 내용은 여전히 지루하다는 평가다.

선수들은 실점 최소화를 위해 주로 앞발 공격에 치중하고 있다. 몸통이 돌아가는 뒷발 공격은 상대방에게 역습 실점을 허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앞발 공격이라 해도, 상대방 공격을 막기 위해 다리 하나 들고 깽깽이 걸음하는 게 대부분이다.

선수들이 위력없는 앞발 위주의 유효타에만 집중하다 보니, 강력한 타격감이 느껴지는 화려한 발차기라는 태권도 본연의 볼거리가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화려한 뒷발 공격이 보는 이들에게 눈요깃 거리는 될 지언정, 선수들의 메달을 보장해주진 않기 때문에 선수들을 비난할 수도 없다.

리드를 잡은 선수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시간 끌기 전략을 펼치는 것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섣불리 나서다 상대방에게 머리 공격을 허용해 큰 실점을 하는 것보다, 소극적 플레이에 따른 경고를 받더라도 시간을 흘려보내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경고 2번을 받으면 상대 선수에게 1점만 내주지만, 자칫 머리 공격을 당하면 3~4점을 실점한다.

머리 공격을 당하지 않기 위해 무게 중심을 뒤에 둔 채 경기하는 선수들도 많다.

이같은 소극적인 경기운영 때문에 "태권도의 맹렬함이나 투지는 사라지고, 점수 따기 위한 요행만 난무한다" "선수들이 깡총깡총 뛰어다니며 발로 잽만 날린다" "격투기가 아닌, 술래잡기나 제기차기가 돼버렸다"는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태권도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지만, 지루한 경기내용 때문에 퇴출돼야 한다는 의견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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