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나가수 스타 황치열 화면 삭제된 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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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가수 황치열이 중국 TV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제의에 응해 촬영을 마쳤으나 편집과정에서 전면 삭제 당한 채 방송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THAAD) 배치 발표 이후 한국 연예인들의 중국 현지 이벤트나 공연이 전격 취소된 데 이어 발생한 새로운 유형의 사례다. 이에 따라 한류 스타의 출연을 금지 또는 제한하는 중국 당국의 '금한령(禁韓令)'과 '한한령(限韓令)이 현실화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저장(浙江)위성TV는 지난 13일 '도전자연맹 시즌2'의 10회분을 방영했다. 도전자연맹은 중국 스타 판빙빙(范氷氷) 등이 출연해 프로듀서가 제시하는 미션을 수행하는 내용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이다. 13일 방영분에는 한국가수 황치열이 초대손님으로 등장해 촬영을 마친 상태였다. 그는 요리사로 나와 다른 중국 고정출연자들과 함께 상하이의 한 시장에서 재료를 준비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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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실제 방송된 화면에선 황치열의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서너 장면에서 그의 모습이 스쳐지나가듯 나오긴 했지만 뒷모습이나 멀리 배경화면에서 촛점이 맞지 않아 얼굴 일부가 뿌옇게 나오는 게 전부였다. 또 정면얼굴이 나와야 할 부분에선 프로그램 로고나 자막으로 '모자이크' 처리된 상태에서 나왔다. 방송된 프로그램을 시청한 한 방송 전문가는 "일부 장면은 황치열을 뺀 나머지 출연진이 재촬영을 하고 일부는 기존 촬영분을 사용하느라 흔적이 남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방송 마지막에 나오는 출연자 명단 자막에서도 황치열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러한 사실은 방송 직후 황치열의 팬들이 이를 발견해 웨이보 등의 SNS에 올리면서 퍼졌다. 또 프로그램 제작진의 일원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이 이런 사실을 방송 직전 웨이보에 올린 사실도 확인됐다. 앞서 황치열은 7월15일 자신의 출연 의상 그대로 셀프카메라를 찍어 SNS에 간단한 출연소감과 함께 올리기도 했다. 중국의 연예뉴스 사이트인 '시나 오락'은 이런 사실을 전하면서 "제작진이 황치열 출연 화면을 잘라냈다"고 보도했다.

황치열의 팬들은 "사드 발표 이후 소문이 무성하던 사드 금한령이 사실로 입증된 것"이라며 "편집할려면 완벽하게 하지 왜 굴욕스럽게 모자이크 처리를 하냐"는 등 항의성 댓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하지만 "한국 연예인들이 안 나오게 한 건 잘한 일"이란 댓글도 많이 달려 사드 발표 이후 중국인들 사이에 퍼지고 있는 반한 감정의 일면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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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치열은 올 봄 중국판 '나는 가수다'에 출연해 입상하면서 중국에서 일약 유명스타가 됐다. '도전자연맹'이외에 중국의 다른 TV 프로에도 여러차례 출연했고 중국에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국내에서의 인기도 뒤따라 인기가 올라갔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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