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66원에 화장실 불안감 줄인 경찰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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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남부경찰청 소속 홍보기획계장인 김경운(41·사진) 경정은 지난 5월 서울 강남역 인근 공용 화장실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살인사건을 접하고는 큰 충격을 받았다. 초등학교 3·4학년 두 딸을 둔 아버지로서 가슴 섬뜩한 일이었다.

경기남부청 김경운 홍보기획계장
안심스티커 만들어 294곳에 부착

그 뒤 여성들이 평소 112신고 요령을 익히면서도 ‘화장실=치안 사각지대’라는 두려움을 깰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앞서 지난 3월 그가 아이디어를 내 호응을 얻은 ‘노란 발자국’을 떠올렸다. 노란 발자국은 아이들이 차도에 바짝 붙어 서서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는 위험한 행동을 바로 잡기 위해 고안한 인도 위 정지선이다. 횡단보도로부터 1m 가량 떨어진 곳에 노란 발자국을 그려놓고 아이들이 그 위에서 신호를 기다리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신호가 바뀌자마자 아이들이 급하게 횡단보도로 뛰어드는 일이 크게 줄었다는 평가다. 김 경정은 현장에서 주는 ‘특정 메시지’를 통해 생각이나 행동의 변화가 가능하다고 믿었다.

이같은 판단에 따라 여성들이 화장실에서 불안감을 덜 수 있도록 ‘안심스티커’를 고안했다. 그는 홍보기획계 직원, 경기남부지역 30개 경찰서 홍보담당자들과 채팅방에서 안심스티커 문구와 내용 등을 논의하고 디자인을 다듬었다. 그 결과 화장실이 근심을 푸는 해우(解憂)의 공간이란 뜻을 담아 ‘경찰관이 지켜드립니다. 막힘 없이 112’라는 문구를 정했다. 5년간 홍보기획을 해온 경험을 통해 몰카범죄 등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도록 문자메시지 신고요령 등을 담은 40초짜리 동영상도 찍었다. 스마트폰으로 이 동영상을 볼 수 있는 큐알(QR)코드도 만들고 웃는 얼굴의 여경 캐릭터도 자체 제작했다.

이 스티커는 지난달 7일부터 경기도내 지하철역과 역 주변 상가 공중화장실 294곳, 1500여 칸에 부착됐다. 인쇄비용은 장당 66원 가량이었다. 김 계장은 “설문조사 결과, 스티커를 부착한 뒤에 여성들이 느끼는 체감 안전도가 많이 올라갔다”며 “앞으로도 시민 안전을 위한 계속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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