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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대부분은 오래 전 철수|미 폭격 뒤의 리비아와 워싱턴 표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주거지역 폭격 비난>
로마에서 청취된 리비아관영 자나 통신은 미군기의 공습이 15일 늦게까지 계속됐다고 말하고, 트리폴리의 주거지역 및 민간시설을 무차별 폭격했다고 비난했다.
미국관리들은 전투기들이 트리폴리의 공군기지·「카다피」의 숙소가 있는 군사기지 외에도 항만시설·트리폴리 국제공항의 군사시설·벵가지 동부의 군사기지 등을 폭격했다고 말했다.

<사람들 놀라 우왕좌왕>
미군폭격기의 공격이 있은 지 3시간 후 기자들은 리비아 측의 주선으로 파괴된 현장을 둘러보았다.
주택이 들어서 있던 곳이 폭탄세례로 페허화 되어 있었으며 무너진 건물더미가 7m 높이로 쌓여 있기도 했었다. 여기저기서 검게 탄 금속잔해만 앙상하게 남은 차량의 모습도 보였다.
폭탄 한 개는 프랑스대사관 근처에 떨어져 3층 짜리 건물을 파괴시켰다. 프랑스대사관 구역내의 중앙병원 외곽에는 피에 젖은 시트가 깔린 들것이 보도에 널려 있었다. 사람들은 놀란 표정으로 파자마차림에 거리를 나다니고 있었다.

<정원에 시체방치 돼>
트리폴리의 어떤 집 정원에는 콘크리트더미에 팔이 끼여 뒤틀린 채 들것에 누워 있는 죽은 사람의 모습도 보였으며 또 다른 집의 마루에는 폭격으로 깊게 파인 구덩이와 그 주위에 버려진 6대의 차량이 있었다.
베니 아슈르 지역에서 분명히 미군 폭격기들의 공격목표 중 하나였던 통신 탑은 아무런 피해를 보지 않았다.
한편 런던에서 청취된 리비아 방송은 미군폭격기의 벵가지 폭격으로 가옥·학교·장애자보호센터 및 비니 나 국제공항에 있던 민간여객기 등 민간시설물들이 파괴되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엔 계속 긴장감>
「레이건」미 대통령은 14일 리비아에 대한 보복공격을 결정하기 전에 적어도 45분간에 걸쳐 국가안보회의실에서 공화·민주 양당의 지도자 및 주요 외교정책 입안책임자들과 숙 의했다.
백악관 당국은 처음 이 같은 모임을 가진 것조차 부인했으나「레이건」대통령이『중요한 국제문제를 다룬 회의 때문에「올해의 교사」기념식 참석이 늦어졌다』고 말함으로써 국가안보회의 개최 사실이 간접적으로 밝혀졌다.
이날 백악관 주변은「레이건」대통령의 단안이 임박했다는 소문으로 하루 종일 긴장이 감돌았으나 리비아 테러 시설에 대한 미군기의 폭격사실이 밝혀진 것은 이날 하오7시20분 쫌 「스피크스」대변인의 발표에 의해서였다.

<5개 건물서 대피소동>
워싱턴에 있는 5개의 건물을 폭파하겠다는 전화가 걸려 와 사람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있었다. 경찰의 수색결과 폭탄은 장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으나 이 전화가 미국의 대 리비아공격과 관련이 있는지는 즉각 밝혀지지 않았다.


15일 새벽 리비아에 대한 미 군기 폭격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낸 것은 영국주둔 미군기지의 초음속 폭격기인 F-111기들이다. 이날 동원된 18대의 이들 폭격기는 영국 어퍼헤이포드와 레이큰히드 기지에 주둔해 있는 1백50대중의 일부로서 저공비행의 전천후 작전이 가능한 것들이다.
중량이 워낙 무겁기 때문에 항 모에 배치하지 못하고 지상기지에서 출격해야 하는 F-111기는 저공으로 레이다의 감시를 피할 수 있으며 정확함과 전천후로 임무를 수행하는 장점을 지녔기 때문에 이번 작전에 안성마춤이었다는 것.

<영서출격, 대전 뒤 처음>
영국에서 출격한 비행기가 폭격임무를 수행하기는 2차 대전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영국엔 11개의 주요작전 기지에 2만5천명의 미 공군이 주둔해 있으며 미 제3공군산하에 편제돼 있다.
이들 기지는 전쟁이 발발할 경우 소련블록에 대한 핵 및 재래식 공격을 위한 발진기지 역할을 맡고 있다.
기지에 대한 소유권은 영국이 가지고 있어 영국은 이들 기지사용에 대해 최종적인 비토권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처」영국수상이 자국내의 미 군기를 리비아 폭격에 사용하도록 허용한 사실은 국내외에서 많은 비난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한국·터키 노동자 많아>
미국의 리비아폭격이 있은 후 리비아에 주재하고 있는 외국대사관들의 교민철수대책은 지지부진하고 있다.
한 유럽외교관은 교민 비상철수계획은 마련되어 있지만 즉각적인 소개명령은 내리지 않았다고 말하고『이곳은 큰 혼란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외교관은 유럽교민이 4만 여명에 이르고 있다면서 미국인은 대부분「레이건」미대통령이 철수명령을 내렸을 때 본국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리비아에는 지난 2년 동안 오일경기 부상으로 유인된 터키와 한국노동자도 많이 살고 있다.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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