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강 김규진의『폭포』|「한국화 백년전」그림 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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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이 그림(「폭포」·127×71cm)은 해강 김규진 (1868∼1933) 이 1914년에 중국제일의 명승지 여산폭포를 그려서 성재 이시영 (초대부통령) 에게 준 것이다.
먹의 농담만으로 으르렁 콸콸 쏟아지는 폭포의 장관을 유감없이 표현했다.
그야말로 여산폭포의 진면목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 한 폭에 이태백이 노래한「비류직하 삼간척」 의 웅장미를 그대로 담았다고 해도 결코 지나친 과장은 아닌 성싶다.
작가는 화제로 1892년4월 남창에서 등왕각을 보고 무창길로 접어들어 배를 타고 팽준호에서 여산폭포를 바라보았다고 적고, 폭포의 진경이 22년이 지난 후까지 눈에 선해 성재인형에게 보이려고 그렸다는 연유를 덧붙이고 있다.
해강은 동양화 뿐 아니라 성당 김돈희와 함께 서예로도 이름을 떨친 당대의 명가. 전국 대찰의 현판은 거의 해강이 썼다. 일찍 중국에 유학하여 서성주 (오창석제자) 와 교유하고 아들 (청강 김영기)을 제백석의 문하에 보내 공부시킨 선각자다.
「한국화100년전」 에는 해강·청강 「향가일취」부자의 작품이 함께 전시되고있다.
해강은 고종의 명을 받고 동경에 건너가 사진기술을 배워 가지고 와서 한국사람으로는 처음 (1903년) 천연당 사진관 (지금 반도조선아케이드자리) 을 열었다. 사진관 안에「고금서화관」이란 상업미술관을 부설, 표구도 하고 서화도 가르쳤다. <이규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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