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리스트들은 왜 메달을 이빨로 깨무는 걸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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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올림픽 사격 남자 50m 권총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진종오 선수.

리우 올림픽 메달 수여식 때 가장 흔하게 접하는 풍경 중 하나.

메달리스트들이 자신의 땀과 노력의 결실인 메달을 이빨로 깨무는 장면이다. 국적, 성별, 나이를 막론하고, 거의 모든 메달리스트들이 하는 세러모니다.

리우 올림픽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다. 올림픽 뿐만 아니라 각종 국제대회에서도 메달리스트들이 메달을 깨무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런 장면은 90년대 대회에서도 자주 목격됐다.

도대체 메달리스트들은 왜 메달을 깨물어보는 것일까.

해답은 허무하게 느껴질 정도로 단순하다. 포토그래퍼들이 그렇게 해달라고 요청하기 때문이다.

국제올림픽역사가협회의 데이비드 월친스키 회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메달리스트들이 메달을 깨무는 행위는 포토그래퍼들에게 일종의 룰처럼 돼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해야 팔리는 사진, 상징적인 숏을 건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선수들이 스스로 그렇게 하는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메달리스트가 뻣뻣한 인형처럼 선 채, 웃고 있는 것만으로는 사진의 역동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포토그래퍼들이 그렇게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분석이 "메달을 획득한 사실이 꿈인지 생시인지 확인하기 위해"라는 추론보다는 훨씬 설득력 있게 들린다.

물론, 자신이 획득한 금메달이 진짜 금인지, 이빨로 깨물어 확인해보고 싶은 욕망이 들 수도 있다.

옛날부터 사람들은 금이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이빨로 깨물어보는, 재래적인 방법을 사용해왔다.

진짜 금은 다른 금속보다 약하고 부드럽기 때문에 깨물 경우 이빨 자국이 남는다.

하지만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이 깨무는 금메달에는 이빨 자국이 그다지 선명하게 남지는 않는다.

올림픽 금메달은 순금으로만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꽤 오래 전부터 그래왔다.

리우 올림픽 금메달의 경우, 실제 금은 약 1,2%만 포함돼 있다. 나머지 93%가 은이고, 동도 약간 섞여 있다. 메달의 성분만 따지면, 금메달이나 은메달이나 비슷하다는 얘기다.

그렇기에 포토그래퍼가 요청한다고 해서, 메달을 덥석 깨물어선 곤란하다. 메달이 워낙 단단하기 때문이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 루지 종목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독일 선수가 포토그래퍼의 요청에 따라 메달을 깨물었다가, 앞니가 부러지는 불상사가 있었다.

메달을 깨물더라도, 세기를 잘 조절해야 한다. 그게 싫다면, 메달을 깨무는 대신, 메달에 사랑스러운 키스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여자양궁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장혜진, 기보배 선수가 했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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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올림픽 여자양궁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한국 선수들이 기쁨의 세러모니를 하고 있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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