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비 정부 분담 70%까지 올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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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아이 맡길 곳이 없어 여기저기 굽실거려야 한다. 손자.손녀를 봐주겠다고 나서는 할머니도 흔치 않다. 아이가 아플 때면 맘고생은 절정이다. 괜찮은 보육시설에는 정원의 몇배가 되는 대기자가 2~3년씩 줄을 선다.

이는 아이를 기르는 한국의 맞벌이 부부가 맞닥뜨린 현실이다. 지난해 출산율을 세계 최저 수준인 1.17로 떨어뜨린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2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는 이 같은 문제의 대책을 모색하기 위해 '저출산시대 보육 발전을 위한 범여성계 대토론회'가 열렸다. 대한어머니회.한국여성학회 등 14개 여성단체에서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보육의 '공공 책임'을 강조했다.

한국여성연구소 강남식 소장은 "현재 우리나라의 보육문제는 국가의 장기 생존을 위협하는 심각한 상태에 와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강소장은 "보육정책을 단지 아동.여성뿐 아니라 인구.노동 등 모든 사회정책과 연계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남윤인순 사무총장은 "보육비용에 대한 정부의 재정분담률을 현행 30%대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수준인 70%로 상향 조정할 것"을 제안했다.

또 전체 2만2천여개의 보육시설 중 정부 지원을 받는 시설이 16%에 불과한 현 실정에 대한 문제점도 꼬집었다. 정부지원 시설의 비중이 일정 비율을 유지해야 전체 보육시설 운영의 방향을 선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것.

보육의 질적 향상을 위한 민간 보육시설의 공공화를 꾀하는 방안으로 '보육시설 운영위원회'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운영자.부모 대표.교사 대표를 주축으로 지역주민.전문가 등이 참여해 보육 프로그램에 대한 견제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직장 보육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사업장 규모를 현재 '상시 여성근로자 3백명 이상'에서 '남녀 상시 근로자 1백50명 이상'으로 확대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시 보육정보센터 이창미 소장은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못하는 영아와 장애아를 위해 보육수당을 지급하거나 가정보육모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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