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글로컬] 국비든 군비든…세금낭비사업 막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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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방현
내셔널부 기자

주택가와 한참 떨어진 하천 변에 자전거 묘기 연습장(BMX)이 설치되고 있다. 이를 만드는 기관은 납득할 만한 설립 취지나 활용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이 충남 예산군 예산읍 주교리 무한천변에 조성하는 BMX얘기다. 국비 5억원으로 만드는 이 시설은 2011년 공사를 시작해 오는 12월 완공된다. 440㎡규모의 콘크리트 구조물로, 계단과 곡선형의 경사면 코스로 설계됐다. BMX는 묘기를 겨루는 익스트림 스포츠의 하나다. 이런 스포츠를 즐길만한 젊은 사람이 적은 농촌 지역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장소도 예산읍내에서 2㎞이상 떨어진 인적이 드문 곳이다.

설치 과정도 주먹구구식이다.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은 “2011년부터 추진하는 무한천 정비사업에 예산군이 BMX건설을 요구해와 시작한 것”이라며 “충분한 검토 끝에 추진한 건 아니다”라고 했다. 무한천 정비사업에 따라 하천변에는 야구장·축구장·산책로 등이 들어섰다. 대전지방국토관리청 관계자는 “국비로 추진되기 때문에 (군비를 쓰지 않는) 예산군이 좋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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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방국토관리청과 예산군이 인적 드문 곳에 자전거묘기연습장을 설치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예산군은 “예산지역 BMX 동호인 40여명의 요구로 추진하게 됐다”며 “ 구체적은 활용방안은 마련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관리 예산은 국토관리청이 지원하기 때문에 (군)예산 부담은 없다”고 해명했다.

지자체의 예산 낭비 사례는 그 동안 본지 등을 통해 수 없이 지적됐다. 때문에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 무리한 사업을 추진하는 사례는 크게 줄었다. 하지만 BMX처럼 소규모 사업에서는 여전히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 예산의 많고 적은 게 문제가 아니다. 국가 예산 단돈 1원에도 국민의 피땀이 스며있다. 담당자에게 책임을 물어서라도 세금낭비사업을 막아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김방현 내셔널부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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