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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파원J] 리우 올림픽 골프 코스는 똥밭?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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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톡파원 J 이지연입니다.

112년 만에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복귀하는 골프 경기가 현지 시간으로 내일 역사적인 첫 티샷을 날립니다. 톡파원 J가 미리 대회장 코스를 돌아봤는데요.

OO 골프클럽, OO 컨트리클럽이라고 이름 붙은 여느 골프장과는 달리 대회 코스의 이름은 그냥 ‘올림픽 골프 코스’입니다. 이름부터 뭔가 꾸밈없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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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골프 경기가 펼쳐질 `올림픽 골프 코스`. 이지연 기자

 코스도 마찬가지입니다. 골프장은 주요 경기장이 밀집한 올림픽 파크에서 15㎞ 정도 떨어진 바하 다 치주카 해변에 지어졌는데요. 이 골프 코스는 설계 당시부터 내로라하는 골프계 슈퍼스타들이 참여 의사를 밝혀 화제가 됐습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73승을 거둔 뒤 은퇴해 설계가로 큰 성공을 거둔 잭 니클라우스(미국)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72승을 거둔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손을 잡고 코스 설계 의사를 밝히기도 했는데요. 결국 코스 설계는 ‘친환경 코스’를 설계하는 것으로 유명한 길 한스(미국)가 낙점되었죠.

면적 97만㎡인 올림픽 코스는 공사 과정 중 환경단체들로부터 인근 5만8500㎡ 넓이의 공원이 사라졌다며 극심한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한스는 “‘보존’에 콘셉트를 맞추기 위해 고심했다”고 말해왔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올림픽 골프 코스는 ‘도심 속 사파리’같은데요. 일반적인 골프 코스는 설계 단계에서 생태계가 파괴됩니다. 그러나 이 코스는 특이하게도 코스 설계 전 118종이었던 야생 동물들이 코스가 들어선 뒤 263종으로 오히려 늘어났다고 합니다.

두 개의 대형 해저드에 사는 4마리의 카이만 악어, 코스 자주 만날 수 있는 1m 대형 쥐 카피반라 등이 터줏대감처럼 골퍼들을 반깁(?)니다. 페어웨이를 벗어난 지역은 자연 그대로 상태입니다. 정체불명의 야생 동물들이 급하게 볼일을 보고 간 흔적이 여기저기 널려 있는데요. 이 정도면 리우 올림픽 코스는 똥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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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골프 코스에 있는 야생 동물의 배설물. 이지연 기자

올림픽 골프 코스는 한국 골프장처럼 갤러리들이 경기를 보며 따라다닐 수 있는 길이 따로 나 있지 않습니다.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코스’가 바로 올림픽 골프 코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톡파원J도 선수들의 연습 라운드를 따라다니다 똥을 여러 차례 밟았는데요. 그래도 불평을 할 수 없었습니다.

◇리우 취재팀=윤호진ㆍ박린ㆍ김지한ㆍ김원 중앙일보 기자, 피주영 일간스포츠 기자, 이지연 JTBC골프 기자, 김기연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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