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전 대통령 방문 준비에 바쁜 클라이너 서독 대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전두환 대통령의 유럽 방문을 앞두고 순방국인 영국·서독·프랑스·벨기에의 주한 대사들과 인터뷰 기회를 마련했다.
순방 각국과의 현안, 순방국의 상황, 각국과 우리 나라 관계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대사들의 의견을 4회에 걸쳐 게재한다.
『한국·서독간의 전통적이고 밀접한 우호 관계에 비추어 22년만에야 한국 대통령이 다시 서독을 방문하는 것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습니다. 이번 방문은 모든 부문에서 한독 관계에 활기를 줄 것으로 확신합니다.』
「위르겐·클라이너」 주한 서독 대사 (52)는 오는 4월로 예정된 전두환 대통령의 서독 방문을 두고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양국 관계가 활기를 띠게 될 것이라는 예로써 그는 전 대통령의 방독을 계기로 조인될 예정인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협정」과 「과학 기술 협력에 관한 협정」을 들었다.
그는 한독간의 기술 협력 관계가 단순 기술 협력의 시대를 벗어나 고차원의 기술 협력 관계로 이행돼가고 있다고 설명한다.
『종래 서독의 한국에 대한 기술 협력은 직업 훈련, 공업·농업 부문의 기술 이전 및 사회 간접 시설 등 개발 원조 중심이었죠. 그러나 앞으로는 고급 기술과 과학 분야로 협력이 집중돼가고 있습니다.
-정상 회담에서 양국 지도자가 논의하게 될 특별한 공동 관심사는 무엇입니까. 『한독 관계는 문화·경협·정치 등 여러 부문에 걸쳐 있습니다. 서독과 한국은 같은 분단 국가라는 유대감을 갖고 있으므로 전 대통령이 서독 지도자들과 두 나라의 분단 상황에 대한 얘기를 나누게 되지 않겠습니까. 서독 정부는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려는 한국 정부의 노력에 공감하고 있고 대화와 신뢰 조성을 통해 평화와 자유 속에 통일의 길을 찾으려는 정책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경제 협력 관계 증진도 중요한 얘기가 되지 않겠습니까.
『물론 교역 증진 방안이 논의될 것은 분명합니다. 최근 한독간의 무역 관계는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습니다만 두 나라가 세계 무역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생각하면 경제 관계에서 앞으로 개척해야 할 분야가 많습니다. 정상 회담에서는 이에 대한 가능성을 논의하게 될 것입니다.』
「클라이너」 대사는 두 나라간의 문화 관계에 얘기가 미치자 『서독 국민들은 문화면에서 한국인들이 서독에 대해 대단히 친근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이러한 관심에 부응하도록 노력하겠고 한국에서의 문화적 활동도 계속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한국인들의 서독에 대한 친근감이나 관심과는 대조적으로 서독 국민들의 한국에 대한 이해는 거의 없다시피 하지 않습니까.
『그런 경향이 전혀 없다고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지리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러나 서독 내 대학에서 한국학과 학생이 꾸준히 증가하는 것을 보더라도 한국에 대한 관심이 늘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83년 한독 수교 1백주년을 전후한 기념 행사 때 나도 여러 차례 강연을 했지만 한국을 이해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특히 재작년 함부르크와 쾰른에서 4개월 넘게 열린 한국 미술 5천년 전은 한국이 중국이나 일본과는 다른 고유 문화를 지녔다는 사실을 많은 독일인에게 인식시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봅니다.
「클라이너」 대사는 서독 외교관으로서는 드문 지한 인사. 74년부터 77년까지 주한 서독 부대사로 근무한 경력을 바탕으로 지난 80년 「한국-어느 먼 나라에 대한 고찰」이란 4백8페이지짜리 저서도 출간했다.
다시 한번 한국에 관한 저술을 한다면 어떤 문제를 다루겠느냐는 물음에 그는 『기회가 있다면 한독 관계 최초 50년간의 자료를 수집해 「초기의 한독 관계」를 저술하고 싶다』고 했다. <김동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