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2016] 은퇴 경찰·군인까지 동원, 리우 치안 너무 걱정 말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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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모처럼 고향인 리우에 돌아와 올림픽을 즐기는 내게 요즘 들어 한국 지인들의 연락이 부쩍 늘었다. 내용은 대개 비슷하다. “뉴스에서 봤는데…. 브라질의 치안이 좋지 않다니 건강과 안전을 챙기라”는 당부다.

‘비정상회담’ 카를로스 올림픽 칼럼

고마우면서도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한국인들이 브라질과 리우를 ‘위험한 곳’으로 인식하는 현실이 안타까워서다. 리우 올림픽에 대해 완벽하다거나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싶진 않다. 다만 브라질 사람으로서 지나치게 편파적인 일부의 시선은 불편하다. 브라질은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음에도 이런 노력들이 잘못된 선입견에 의해 가려지는 게 아쉽다. 브라질 정부는 대회 개막을 앞두고 선수와 관광객의 안전을 위해 다른 주(州)에서 경찰 병력을 추가 파견했다. 은퇴한 경찰과 군인을 고용해 경기장 및 주요 시설 주변 순찰도 강화했다. 겨울이라 모기들의 활동이 급격히 줄어들었음에도 리우 일대에 광범위한 방역 작업도 진행 중이다. 브라질도, 리우도 사람이 사는 곳이다. 리우 올림픽에 대한 외신들의 과도한 걱정은 어쩌면 브라질에 대한 무지함이 원인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돌이켜 보면 한국도 과거에 비슷한 경험을 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이 치러지기 전까지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미지의 나라, 서울은 낯선 도시였다. 배경 지식 없이 바라본 한국은 군사정권이 지배하는 독재 국가이자 북한의 도발 위협이 끊이지 않는 위험한 나라였다. 부모님께 여쭤 본 서울 올림픽 당시의 기억이 현재의 리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는 기분이 묘했다. 아버지는 “언론 보도를 통해 들여다 본 서울은 위험천만한 도시였다”며 “올림픽 경기장 주변을 군대가 지키는 모습, 학생들이 군사정권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는 모습이 자주 TV 화면에 등장했다. 이런 나라에서 올림픽을 개최해도 되는지 의아했다”고 회상하셨다.

서울 올림픽은 시민들의 호응과 참여를 바탕으로 질서정연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서울 올림픽의 성공 개최는 대한민국의 인지도가 파격적으로 높아지는 원동력이 됐다. 리우에게 28년 전 서울은 벤치마킹하고픈 성공 사례다. 한국이 88년에 전 세계의 염려 가득한 시선을 딛고 성공적인 올림픽을 개최했듯 브라질도 리우 올림픽을 통해 ‘세계인의 친구’로 다가서길 바라고 있다. ‘불안감’이라는 색안경을 벗고 보면 아름다운 코파카바나 해변에서 햇살을 즐기는 사람들의 행복한 미소가 먼저 눈에 들어올 것이다. 브라질은, 리우는 원래 그런 곳이다. <리우에서>

정리=송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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